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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지상의 고통’-‘천상의 삶’ 극적 대립 오가며 귀호강

등록 2017-11-16 19:08수정 2017-11-16 20:52

리뷰/로열 콘세르트헤바우 말러교향곡 4번 내한공연
롯데콘서트홀 제공
롯데콘서트홀 제공
극적인 대조가 돋보이는 생동감 넘치는 연주였다. 지난 15~16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 내한공연을 한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와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아르시오)는 첫날, 말러 교향곡 4번으로 관객에게 신선한 감흥을 선사했다.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의 톤과 조화로움은 역시 명불허전이었다. 정제된 울림은 유럽의 고풍스러운 풍경을 그려내는 한편, 각 악기의 고유성이 입체적으로 드러나 듣는 즐거움을 주었다. 2016~2017 시즌 새 수석지휘자로 부임한 다니엘레 가티는 오페라 연주에 강점을 보여온 지휘자답게 섬세하고 드라마틱한 전개를 주도했다. 전임 수석지휘자 마리스 얀손스와 가티를 견줘본다면, 말러가 가곡 ‘천상의 삶’ 멜로디를 확장시킨 4번 교향곡을 지휘할 때 얀손스가 정밀한 소리로 매끄럽게 ‘천상의 소리’를 들려줬다면, 가티는 ‘지상의 고통’과 ‘천상의 삶’을 오가는 서사를 입체적으로 표현했다.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 롯데콘서트홀 제공
지휘자 다니엘레 가티. 롯데콘서트홀 제공
플루트와 호른 수석의 호연도 돋보였지만, 무엇보다 눈에 띈 건 오보에 수석 주자였다. 3악장 솔로 부분을 비롯해 곳곳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거나 거칠게 찌르는 듯한 쾌감을 선사했다. 악장인 베스코 에슈케나지가 이끄는 현악 파트는 풍성한 사운드를 이루었다. 4악장에서 등장하는 소프라노는 본래 선정됐던 율리아 클라이터가 건강상의 이유로 연주를 취소해 한국의 서예리가 대신했는데, 서예리의 어둑한 톤과 안정적인 발성, 매혹적인 기교는 대타 연주의 아쉬움을 불식시켰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올해로 창단 129년을 맞았다. 2008년 영국의 <그라모폰>지가 선정한 ‘세계 20대 오케스트라’에서 베를린 필과 빈 필을 2위와 3위로 따돌리고 1위에 오른 것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한국의 클래식 음악 팬들은 2010·2012·2015년, 각각 마리스 얀손스, 정명훈, 이반 피셰르가 지휘한 연주로 명성을 확인했다. 2015년에 바이올리니스트 이재원이 한국인 연주자로선 처음으로 제2바이올린 파트에 입단했고, 이듬해엔 오보이스트 함경이 합류했다.

가티는 이탈리아 출신으로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 오케스트라(1992~1997),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1996~2009), 프랑스 국립 오케스트라(2008~2016) 등의 상임지휘자를 거쳤다. 가티는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에 부임하면서 프랑스 낭만주의 작품과 네덜란드 작곡가와 제2빈악파(쇤베르크, 베베른, 베르크 등)의 작품들을 세밀히 살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김호경 객원기자 writerho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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