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 <광장에, ‘서’>가 걸려 있다. 임옥상 페이스북 갈무리.
‘촛불’이 청와대로 들어왔다.
작가 임옥상이 지난 겨울 촛불로 뒤덮였던 광장을 담은 대작 <광장에, ‘서’>가 최근 청와대 본관에 설치됐다. 이 작품은 촛불시위가 벌어졌던 주말마다 광화문을 찾았던 임 작가가 촛불을 그린 캔버스 78개를 이어붙여 가로 11.7m, 세로 3.6m의 거대한 풍경으로 표현한 것이다.
지난 정권에서 자신이 ‘블랙리스트’ 작가였던 그는 지난해 10월18일 광화문에서 검은 망토를 뒤집어쓰고 박근혜 정부 '문화예술인 블랙리스트' 진상 규명을 요구했고, 촛불집회 내내 광장에 나와 공차기·붓글씨 쓰기·못박기 등 ‘저항 퍼포먼스’를 벌였다. 현대사를 관통하는 장면들을 포착해 다양한 소재와 기법으로 표현해온 임 작가가 촛불 광장의 감격을 놓칠 수 없었다. 그는 가로 90cm, 세로 60cm 캔버스 108개(총 길이 가로 16.2m, 세로 3.6m)에 흙을 물감 삼아 그린 촛불을 완성했다. 이 작품은 지난 8~9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바람 일다’를 주제로 열린 전시회에서 첫선을 보였다.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기념비적인 역사기록화”라고 평가했다.
임 작가의 말을 들어보면, 평소 미술에 조예가 깊은 김정숙 여사가 전시회 소식을 듣고 지난 9월 직접 전시장을 찾아 작품을 관람했다고 한다. 김 여사로부터 작품 얘기를 전해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추석연휴기간인 지난달 6일 안동 하회마을 방문에 동행한 유홍준 교수에게 작품 구입 뜻을 알렸고, 임 작가도 흔쾌히 동의했다. 임 작가는 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꾸린 ‘서울역사문화벨트조성 공약 기획위’에 유 교수와 함께 참여하기도 했다. <광장에, ‘서’>가 놓일 청와대 본관 입구 벽이 전시장 공간보다 작은 탓에 임 작가는 본래 작품에서 캔버스 30개를 덜어내고 지난 13일 설치를 마쳤다. 임 작가는 “작품이 마치 빌트-인처럼 본관 입구에 꼭 들어맞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이주현 김보협 기자
edigna@hani.co.kr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 전시장에 <광장에, ‘서’>가 걸려 있다. 임옥상 페이스북 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