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앨범 <콜라보씨의 일일>을 낸 가수 김목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혹시 이름에서 ‘목’이 ‘나무 목(木)’자세요?”
“네”라는 대답이 나왔다. “그러면 설마 ‘인’은 ‘사람 인(人)’요?” 싱어송라이터 김목인(38)은 쑥스러운 웃음을 보이며 그렇다고 말했다. 김목인을 인터뷰하러 가는 길에 문득 그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이름에 그런 궁금증을 가진 건 외모부터 성품까지 그가 사람들에게 나무 같은 사람처럼 인식되기 때문이다. 그의 음악 또한 나무 같다. 조금 풀어쓰자면 그의 음악은 나무처럼 곧고 또 나무처럼 편안하기도 하다.
‘버스킹’(거리공연)이란 말이 쓰이기 전부터 캐비넷 싱얼롱즈라는 팀의 일원으로 거리에서 공연해왔다. 첫 앨범 <음악가 자신의 노래>를 발표하며 그는 단숨에 주목받았다. 정돈된 언어로 음악가로서의 정체성과 태도를 노래하는 그의 음악은 동시에 문학적이기도 했다. 또 누구와 닮지 않은 뮤지컬이나 클래식에 영향받은 음악도 김목인이란 음악가를 특별하게 해주었다.
김목인은 얼마 전 세번째 앨범 <콜라보씨의 일일>을 발표했다. 박태원의 소설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에서 영감을 얻은 이 작품은 현대를 살아가는 콜라보씨의 하루를 그린 콘셉트 앨범이다. 노래 제목에서부터 “‘
콜라보씨의 외출’은 생각처럼 산뜻하지 않았지만 스스로를
‘댄디’로 생각하며 위로했다. 우체국에서
‘계약서’를 발송한 뒤
‘지하보도’로 약속 장소까지 갔다.
‘인터뷰’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가감 없이 말했기 때문이다”처럼 하나의 이야기로 쭉 이어진다.
“처음부터 콘셉트 앨범을 구상한 건 아니에요. 지난 앨범들처럼 추상적인 연결만 하려고 했는데 문득 ‘배회하는 남자’가 떠올라 그 안에 이야기를 다 넣을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구보씨가 일제강점기의 무기력한 지식인이라면 콜라보씨는 직업이 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여러 가지 일을 하는 인물로 만들려 했다.
그의 음악은 곧은 나무 같지만 그 안에는 가시도 있다. 대부분 그의 음악을 착하다 말하지만 그 안에서 냉소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분들은 아무리 시니컬한 걸 담아도 서정적으로 받아들이시는 것 같아요”라며 실제 성격은 냉소적인 편이라고 말한다. 그런 다양한 감정과 요소가 더해져 콜라보씨가 탄생했다.
세번째 앨범 <콜라보씨의 일일>을 낸 가수 김목인. 한국콘텐츠진흥원 제공
콜라보씨는 정치나 사회문제에 직접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상황에 알게 모르게 영향을 받는 사람이고, 길에서 하는 ‘파시스트 테스트’에 응하며 “내가 파시스트일 리가 없지 난 평범한 시민인걸/ 내가 파시스트일 리가 없지 10점 만점에 9점이라니”라고 말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래서 콜라보씨는 가수이며 번역가이기도 한 김목인일 수 있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일 수도 있다.
보통 포크라 분류되는 그의 음악은 이번 앨범에서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 미국의 여성 싱어송라이터인 리키 리 존스 같은 옛 가수의 이름을 언급하자 그 역시 동의했다. 때로는 고풍스럽고 때로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재즈 팝 같기도 하다. 그는 옛 재즈 음악가들의 음악과 잭 케루악이나 앨런 긴즈버그의 비트 세대 문학처럼 외국 문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일상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훌륭한 한국어 가사로 표현하는 음악가이다.
그의 목소리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사려 깊은 목소리로 또박또박 노래하는 그의 발성과 발음은 듣는 이를 편하게 한다. 작은 카페와 서점에서 그의 노래가 특히 사랑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편하게 흘러가는 음악 안에서 ‘댄디’나 ‘인터뷰’, ‘파시스트 테스트’처럼 확 귀를 잡아끄는 순간이 있다. 앨범으로서도 싱글로서도 훌륭한 이 결과물을 두고 많은 이들이 벌써 그의 최고작으로 얘기한다. 새해 1월6일 서울 홍대 인근 상상마당에서 펼쳐지는 앨범 발매 공연에서 이 나무 같은 노래들을 확인할 수 있다.
김학선 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