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목말랐던 2017년을 결산할 두 연극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12인의 성난 사람들’ 모두 31일까지
2017년과 함께 막을 내리는 대학로 연극 중 놓치면 후회할 작품들이 여럿 있다. 이중 <12인의 성난 사람들>과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은 논쟁적인 사건을 집중력있게 파고들며 관객들로 하여금 ‘진실’로 알려진 것들에 대해 의심을 품게 만드는 작품이다. 촛불혁명 이후에도 일상의 민주주의가 작동되지 않으며 ‘열린 사회’로 나아가는 데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기 맞춤하다.
<12인의 성난 사람들>(연출 류주연·극단 산수유)은 1957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던 동명의 영화를 연극으로 바꾼 작품이다. 대통령 탄핵국면을 관통한 올해는, 차고 넘치는 사실을 앞에 놓고도 자신이 원래 갖고 있는 생각을 고수하는 ‘확증편향적 사고’가 유독 눈에 띄었다. 이 연극은 다수의 권위에 도전하는 소수의 분투기를 그리며 ‘확신’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열여섯살 소년의 범죄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12명의 배심원들은 머리를 맞댄다. 재판은 만장일치로 쉽게 끝날 듯했지만, 오직 한 명의 배심원의 문제제기로 평결은 지연된다. 99% 유죄를 확신하는 11명의 배심원에 맞서 1%의 무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 1명의 배심원은 고독한 변론을 이어간다. 12명의 배심원단 모두 살아 움직이는 듯한 캐릭터로 2시간의 공연 내내 관객들을 쥐락펴락한다. 과연 11명은 1명을 설득할 수 있을까? 반대로 1명이 11명을 설득하는 기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닐까. 13번째 배심원이 되고자 한다면 오는 31일까지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으로 가야한다.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작 강훈구·연출 김현회·극단 위대한 모험)은 1991년부터 시작해 아직도 논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고 천경자 화백의 <미인도> 위작 시비를 재구성한 창작극으로, 애초 위작 논란이 벌어졌던 국립현대미술관 제2학예실을 배경으로 진행된다. 그동안 천경자 화백과 그의 유족들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미인도가 위작이라고 주장해온 반면, 국립현대미술관은 진품이라고 맞서왔다.
유족들은 지난해 전?현직 국립현대미술관 관계자 6명을 고소?고발했으나 검찰은 <미인도>를 천 화백 작품으로 판단하고 불기소했고, 법원 역시 올해 8월 유족들이 낸 재정신청을 기각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손을 들어줬다. 연극은 학예실장을 비롯해 학예관과 학예사들을 주인공으로 하지만, 그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연극은 그 반대의 길로 향한다. 작가는 “위작을 진작으로 만들어가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진짜’였던 사람들이 ‘가짜’가 되어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렸다”고 말한다. 연극은 같은 해인 1991년 논란이 됐던 강기훈 유서대필 의혹 사건을 <미인도> 위작 시비에 포개놓으며 진짜와 가짜의 경계를 묻는다. 31까지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김일송 공연칼럼니스트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12인의 성난 사람들’ 모두 31일까지
<12인의 성난 사람들>. 극단 산수유 제공
<‘미인도’ 위작 논란 이후 제2학예실에서 벌어진 일들>. 사진 극단 위험한 모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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