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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민중가요의 시대는 갔어도 노래는 계속된다”

등록 2018-01-21 14:02수정 2018-01-21 19:14

포크그룹 ‘혜화동 푸른섬’ 멤버
‘이등병의 편지’ 작사·작곡 김현성
록그룹 ‘천지인’의 보컬 손현숙
10년만에 26일 합동 콘서트

일상의 경험, 제주 4·3항쟁 소재로
관객에 자작곡 첫선 보일 예정

“조직보다 개인 중요해진 사회…
나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말걸기”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혜화동 푸른섬’의 멤버 손현숙(왼쪽), 김현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26일 서울 동교동 시와이(CY)씨어터에서 10년 만에 합동공연을 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 사옥에서 ‘혜화동 푸른섬’의 멤버 손현숙(왼쪽), 김현성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두 사람은 26일 서울 동교동 시와이(CY)씨어터에서 10년 만에 합동공연을 한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노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그 답은 어렵지만 적어도 노래는 시대의 정신과 사람들의 애환을 담는 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열심이다.

1997년 결성된 포크그룹 ‘혜화동 푸른 섬’은 인권과 평화, 노동자의 권익을 부르짖는 무대에 자주 올랐다. 김광석이 부른 ‘이등병의 편지’를 작사·작곡한 김현성을 주축으로 ‘청계천 8가’를 부른 손현숙, 지금도 민중가수로 활동중인 손병휘, 백자 등이 다른 그룹 활동을 하며 비정기적으로 활동했다. 민중가요의 쇠퇴와 함께 공식적인 해체 없이 개인 활동을 해오던 중 김현성과 손현숙은 자주 함께 무대에 섰다. 그런 두 사람이 2008년 이후 10년 만에 합동콘서트를 연다. 콘서트 제목은 ‘1월(月), 청계천 8가에서 이등병의 편지’다.

“제가 외국에서 10년간 사느라 공연을 못 했어요. 귀국해 여는 첫 콘서트예요.”

민중가요의 신세대그룹으로 불렸던 록그룹 ‘천지인’에서 보컬을 맡았던 손현숙은 2007년 싱글음반 <노래이야기1―문답무용>을 내고 얼마 안 돼 중국 베이징으로 떠났다. 남편의 해외발령 때문이다. 기약 없이 떠난 외국 생활은 베이징에서 4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6년으로 이어졌다. “사는 공간을 포함해 출산과 육아까지, 새로운 세상에서 살다 왔어요. 이번에 아주 귀국했고요.(웃음)”

윤도현과 ‘종이연’이라는 포크 모임도 함께하고 그가 부른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만들기도 한 김현성은 그간 문화예술인과 작품을 조명하는 다채로운 음악활동을 펼쳐왔다. 백석, 윤동주, 도종환 등 유명 시인들의 시에 노래를 붙여 <백석 시가집―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윤동주의 노래> 등의 앨범을 냈다. 판화가 이철수, 화가 이중섭을 주제로 한 앨범도 만들었다. 세 권의 시집도 내 ‘오선지 위의 시인’으로도 불린다.

“노랫말을 쓰려면 머리를 채워야 하니까 책을 많이 읽어요. 특히 시는 읽다 보니 시인들을 사랑하게 되더라고요. 역사와 교과서에서 기억되는 시인과 작품을 대중가요로 접근해 우리 생활 속으로 끌어내고 싶은 마음에 시로 노래를 만들고 있죠.”

투쟁가풍의 고전적인 민중가요가 아닌 서정적인 포크를 지향해왔던 두 사람은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대중가요의 길에 들어섰다. 사회적인 관심을 놓치고 싶지 않지만 음악인으로서도 보여주고 싶던 게 많았던 이들은 자유롭게 자신의 음악세계를 펼치고 있다. “사회적인 변화나 움직임이 집중될 때 노래패가 동력을 주는 역할을 했는데 사회가 변했어요. 사회 참여가 개인에게 체화되어야 나오더라고요. 지난해 촛불시위를 외국에서 바라보면서 단체 속에서 묵살되던 개인의 성향이 더 중요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지인에게 들어보니 집회 형식은 30년 전이랑 똑같다고 하더라고요.”(손현숙) “옛날에는 노래패들이 민족음악인협회 회원으로 가입돼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통해 지역 공연 등을 하고 그랬어요.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같은 노래패에서 활동하고 싶어 줄을 서던 시절이 있었죠. 하지만 이 프레임에 갇히면 다른 활동을 못해요. 시대가 변하고 음악의 범위가 넓어졌지만 그 틀에 갇혀 있게 되죠.”

지난해 연말, 민중가요 작곡가 윤민석씨가 생계곤란을 이유로 폐업을 선언했던 얘기를 꺼내자 손현숙은 “신문에 나온 것을 보고 많이 놀랐다”고 말했다. “운동권 가요, 민중가요라고 불리는 노래들이 필요한 시대가 있었던 거고, 지금처럼 개별화되고 경쟁에 시달리는 사회에선 이 사회에 맞는 노래가 새로 또 명명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10년 만에 함께하는 무대인 만큼 이번 공연은 두 사람이 풀어놓을 노래와 얘기가 많다. 먼저 손현숙은 베이징과 자카르타에서 생활하며 만든 자작곡 ‘베이징에서 온 엽서’ ‘무심후잔’(인도네시아어로 ‘우기’) ‘눈처럼 비 오다’를 처음 공개한다. “외국에서 살면 인간관계가 줄고 생활이 단순해져요. 그러면서 사람관계나 음악생활을 복기하게 됐죠. 내가 살아가는 어떤 시기마다 노래를 풀어내고 싶어 싱글음반에 1을 붙였는데 이번에 만든 자작곡을 묶어 앨범을 내면 2번이 될 것 같아요.”

김현성도 오랜 시간 작업한 제주 4·3항쟁 70주년 관련 노래를 콘서트에서 들려줄 예정이다. 위안부 소녀상을 소재로 2012년에 ‘평화의 소녀상’이란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던 그는 여전히 그만의 방식으로 사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노래로 부르고 있다. 시인 연작 시리즈도 계속 낸다. 지금은 고은 시인의 시로 앨범 작업 중이다. “20곡 정도 녹음해놨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더 만지고 있어요. 고은 시인께 앨범 낸다고 약속한 지 벌써 10년이 지났네요.(웃음)” 26일 오후 8시 서울 홍대 제이유(JU) 동교동 시와이(CY)씨어터(옛 가톨릭청년회관).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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