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경기도 가평문화예술회관에서 꼭두각시 인형 ‘쿠오레’와 제작자인 미켈레 눈노가 쇼를 펼치고 있다. 미켈레 눈노 제공
지난 19일 경기도 가평문화예술회관에서는 키 4.2m, 몸무게 24kg의 사람 형태로 만들어진 꼭두각시 인형인 ‘퍼펫’ 쇼가 펼쳐져 관람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쇼의 주인공인 퍼펫 ‘쿠오레’는 이탈리아어로 심장·마음을 뜻하며, 특수 제작된 관절을 사용해 앉기, 서기, 걷기, 율동 등 다양한 동작을 선보였다. 쿠오레와 퍼펫을 움직이는 5명의 출연자들은 이날 퍼펫 제작자인 이탈리아인 미켈레 눈노(44)가 직접 작곡한 음악과 피아노 연주에 맞춰 현실과 가상이 공존하는 공연을 펼쳐 관객 300여명의 박수를 받았다.
지난해 11월 쿠오레를 탄생시킨 눈노는 25일 “관객들의 호응이 좋아 자신감이 높아졌다”며 “내 성향이 이탈리아보다 한국 사람과 잘 맞는데 왜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신이 이탈리아에서 얻은 경험과 기술력, 아이디어를 제2의 고향인 가평에 접목하라는 임무를 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2월1일 홍콩에서 열린 마마축제에서 퍼펫 ‘쿠오레’가 아이돌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을 뒤에서 껴안아주는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다. 미켈레 눈노 제공
쿠오레는 지난달 1일 홍콩 아시아 월드 엑스포 아레나에서 열린 2017 엠넷 아시안 뮤직 어워드(MAMA·Mnet Asian Music Awards) 축제에서 아이돌그룹 워너원과 함께 공연해 12만 관객과 세계 시청자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워너원 멤버 중 강다니엘만 남는 마지막 장면에서 무대의 불이 꺼지고 엘이디(LED) 조명이 켜진 쿠오레가 강씨에게 걸어가 손을 잡고 뒤에서 안아주는 퍼포먼스에 관객들은 열광했다. 마마축제는 씨제이 이앤엠(CJ E&M)이 2009년부터 열고 있는 음악축제다.
2015년 거대인형 축제인 ‘까르네발레(카니발) 가평’의 이탈리아 협력팀 기술감독으로 가평에 첫 발을 딛은 눈노는 가평의 매력에 빠져 이듬해 5월부터 아내 이지화(44)씨, 딸 올리비아(8)양과 함께 정착해 2년째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145년 전통의 이탈리아 비아레쪼 까르네발레에서 거대인형 기술감독으로 활동해 온 엔지니어 겸 프로그램 개발자다.
하지만 낯선 한국에서의 작품활동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가 제안한 퍼펫쇼 프로젝트는 평창겨울올림픽 개막식 이벤트 후보였으나 최종 선정단계에서 아깝게 탈락했다. 설상가상으로 가평군과 의회는 지난해부터 예산의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까르네발레 가평’ 축제를 더 이상 열지 않기로 했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거대인형 축제인 비아레쪼 까르네발레의 기술감독인 미켈레 눈노(오른쪽)가 한국인 아내 이지화씨, 딸 올리비아와 함께 2016년 5월부터 경기도 가평에 정착해 생활하고 있다. 미켈레 눈노 제공
막막한 상황에서 그의 실력을 눈여겨 본 씨제이가 구원의 손을 내밀었다. 또 가평군은 퍼펫문화를 널리 알리고 지역민에게 문화 체험 기회를 주기 위해 퍼펫쇼와 전시회를 주선했다. 그는 “평창올림픽 준비에 모든 걸 걸었기에 실망했지만 다행히 마마축제에 나가게 돼 고생하면서 준비했던 과정이 헛된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했죠.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가 융합된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해 한국의 문화와 가평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눈노와 씨제이 이앤엠이 공동으로 저작권·소유권을 갖는 쿠오레는 12월말까지 가평문화예술회관에 전시된다.
가평/박경만 기자
mani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