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지오 레오네 감독의 걸작 갱스터 영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는 음악을 빼놓고 얘기하기 어렵다. 주인공이 과거를 회상할 때 흘러 나오던 엔니오 모리코네의 음악은 쓸쓸하면서도 비장한 영화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킨다. 신비롭고 환상적인 음색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외로운 양치기’라는 연주곡을 기억하고 있기도 하다. 이 음악에 연주된 악기가 바로 팬플룻이다.
팬플룻은 여러 대의 세로 피리인 플룻을 평평하게 늘어놓은 모양으로 길이, 즉 음역대가 다른 피리의 취구에 입김을 불어넣어 소리를 낸다. 부드럽고 청아하면서도 애절하고 쓸쓸한 소리에 팬플룻을 잘 모르는 사람도 한 번만 들으면 그 특별함에 쉽게 매료된다. 이렇게 매력적인 소리를 내는 악기임에도 전문 연주자가 많지 않아 대중들이 팬플룻 연주를 직접 듣기는 쉽지 않다.
다음 달이면 세계 최정상급 팬플룻 연주자인 미셸 티라 보스코(Michel Tirabosco)의 연주를 한국에서 직접 들을 수 있다. 현재 스위스 제네바를 중심으로 연주활동 중인 그가 한국의 팬플룻 연주 단체인 ‘Panflute 연합’의 초대에 응한 것이다. 미셸 티라보 스코가 한국에서 공연하는 것은 2008년 이후 꼭 10년 만이다.
미셸 티라 보스코는 1968년 이탈리아 로마 태생으로 태어날 때부터 두 팔이 짧고 손가락이 없는 장애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손가락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악기인 ‘팬플룻’을 선택했다.
그는 스위스의 제네바 음악학교에 진학해 플롯학과에서 최초로 ‘팬플룻’으로 학위를 받았으며, 16살 때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첫 콘서트를 가졌다. 18살 때 CD 녹음을 시작으로 솔로이스트로 발돋움했고, 20살 때부터는 남아메리카와 유럽, 미국, 모스크바, 스위스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연주 투어를 해오고 있다. 2007년에는 국제 봉사연합단체인 로터리클럽 프랑스(Rotary Club of France)에서 올해의 재능가(Golden Talent of the Year)로 지명되기도 했다.
미셸 티라 보스코는 최근에 2인, 3인, 4인 등의 합주단 형태로 콘서트와 음반 레코딩 활동을 하고 있다. 이번 공연에서도 미셸 티라 보스코와 피아노 연주자 장 마리 르볼르볼(Jean-Marie Reboul), 기타 연주자 소피 티라 보스코(Sophie Tirabosco)가 함께하는 클래식, 탱고, 집시 음악 등 다양한 레퍼토리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을 전망이다.
미셸 티라 보스코 초청 팬플룻 콘서트는 2018년 2월 9일 저녁 8시, 서울 세라믹팔레스홀에서 열릴 예정이다. 공연과 관련한 자세한 문의는 팬플룻 연합 공식 누리집
www.panflute.org 이나 전화 02)765-9517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연주 영상과 음반 관련 정보는 미셸 티라 보스코 공식 누리집
http://www.micheltirabosco.ch에서 볼 수 있다.
강민진 기자
mjk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