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조선가곡 어우러진 재즈
재즈와 이른바 ‘민중가요’가 만나면? 조선 양반이 즐겼던 가곡 ‘정가’의 발성으로 재즈를 부른다면? 기발하고 의미있는 실험을 오는 6일 저녁 8시 서울여성플라자 아트홀에서 열리는 강은영 쿼텟의 ‘오래된 거울’ 콘서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재즈보컬 강은영은 이 콘서트에서 ‘오월의 노래’로 번안됐던 샹송 ‘누가 할머니를 죽였나’와 ‘임을 위한 행진곡’, 체 게바라 추모곡인 ‘아스타 시엠프레’ 등을 재즈로 부른다. “제겐 평생의 지표가 될 노래들이죠.” 서울대 노래패 ‘메아리’에서 활동했던 그는 졸업 뒤 가극 <금강> <백두산>에 출연하고 각종 집회 현장에도 섰다. “음악의 형태는 계속 변화, 발전하니까 재즈로도 대중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2001년부터 4년 동안 프랑스에서 재즈를 배우고 10여차례 공연을 벌였다.
내년 1월엔 프랑스에서 한국어뿐만 아니라 영어·불어로도 이 노래들을 들려줄 그는 “더 나은 삶을 꿈꾸는 라틴아메리카의 진보 가요가 널리 알려져 있는 것처럼 우리의 삶과 역사가 담긴 노래를 세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전 프랑스 공연 때 군사독재 정권에 저항해 한강에 투신한 고 박혜정의 글을 노랫말 삼은 ‘떠남이 아름다운 사람들이여’를 한국어로 부른 적이 있어요. 음악은 통하더군요.”
이번에 그는 잘 알려진 재즈연주곡 ‘나르디스’에 시조 ‘월정명’에서 따온 노랫말도 붙여본다. 빠른 리듬의 스윙곡을 느리게 편곡해 정가 발성으로 풀어내겠다는 것이다. 드럼, 베이스, 피아노에 김설아의 아쟁까지 어우러진다. “남 흉내 내지 말고 제 색깔을 만들어보려고 장구와 정가를 배웠어요.” 그는 “두 시도 모두 아직 첫 발자국일 뿐”이라며 “재즈라는 형식의 자유로움에 진보적인 철학을 담아내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렇다고 이번 공연이 골치 아플 거라 지레 짐작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이밖에 그는 ‘오버 더 레인보우’ ‘고엽’을 신바람 나는 스윙 리듬에 싣는다. 한국 동요 ‘섬집아기’나 김민기의 ‘가을 편지’ 등 익숙한 노래들도 재즈로 들려준다. 재즈보컬 박성연과 기타리스트 김광석이 초대 손님으로 나온다. (02)336-4758
글 김소민 기자, 사진 문화예술기획 문명시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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