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왈로우의 2집 ‘아레스코’
‘허클베리 핀’ 의 리더 그에게 흘러넘치는 갈망과 결핍
기타 위에서 출렁대다 자기애는 자괴감과 짝패를 이룰 때가 많다. 꿈꾸는 자기 모습이 아름다운 것일수록 거기에 도달하지 못하는 괴로움도 커지는 법이다. 이상적인 어떤 것에 대한 갈망은 때론 좌절감을 낳는다. 갈망해 보지 않은 사람은 허탈해 하지도 않을 테다. 인디밴드 ‘허클베리 핀’의 리더 이기용(33)이 ‘스왈로우’라는 이름으로 홀로 낸 두 번째 앨범 <아레스코>에는 이런 모순을 끌어 안은 정교한 기타팝이 담겼다. 편안하고 따뜻하지만 밑으로 깊은 쓸쓸함이 흐른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싶은 바람, 결국 아무 것도 없을지라도 걸어가는 과정 구석구석에 놓인 작은 기쁨들에 만족하고 싶은 바람…. 이것들이 포근하고 복고적인 어쿠스틱 선율과 만난다. 동시에 자신과 끊임 없이 다투고 할퀴는 자아, 완벽한 것엔 어차피 도달할 수 없다는 허망함은 미끄러져 내리는 마이너 코드들을 타고 흐른다. 드럼으로 몰아치거나, 전자음으로 과장하지 않지만 이런 두 흐름 사이의 미세한 긴장감이 <아레스코>에 처음부터 끝까지 귀 기울이게 한다. <아레스코>에 담긴 곡들은 현란하지 않다. 이기용은 “단순해도 좋은 걸 보여주고 싶었다”라며 “기타를 칭칭 치기만 해도 충분한 노래를 만들려 했다”고 말했다. 앨범에 담긴 ‘아레스코’라는 노래는 담백함을 더욱 밀어붙인 것이다. 기타·베이스만으로 2~3개 코드를 끌고 간다. 그래도 지루하지 않고 팽팽하다. 이 곡에서 보여주는 풍경은 지금의 ‘나’와 과거 ‘나’의 만남이다. 과거 ‘나’는 “다시는 날 부르지 마”라고 냉정하게 돌아서다가도 어느 순간엔 “이름을 불러 달라”고 애원한다. 자기 긍정과 부정 사이의 갈등을 ‘눈 속의 겨울’ 같은 곡에선 녹여보려 한다. “니 마음의 오랜 짐 이제는 떠나와… 그곳에서 언제나 니 맘을 포근히 쉬도록”이라며 달래지만 매혹적인 불안은 계속 흐른다. 쉬지 않고 파도처럼 출렁대는 기타와 격정적이고 예민한 첼로가 실타래처럼 얽혀든다. 전체적으로 반복적이고 간결하지만 단락과 단락 사이, 멜로디는 예상을 조금씩 빗겨가며 이어진다. 그렇게 단순하면도 긴장하게 하는 매력을 발산한다. 이런 진행은 ‘어디에도 없는 곳’처럼 서정적인 곡에서도 또렷하다. 바이올린과 피아노가 정겹다가도 보컬이 들어가는 부분부터 낭창거리는 그림자가 드리워진다. “온 종일 거리를 헤매고 다녔어, 어디에도 없는 곳”이라면서도 “나의 사랑은 왜 자꾸만 커가는 걸까”라고 노래한다. 이 곡에는 한대수의 호방한 목소리도 담겨 감칠 맛을 낸다. “가장 훌륭한 건 이뤄질 수 없죠. 그렇다고 소주 100병 쌓아 놓고 살 필요는 없어요. 간단하게 행복해질 수도 있잖아요. 햇살 좋은 거리 같은 것들이요. 그렇게 따뜻해지고 싶은데 그렇지 못한 것, 쓸쓸함이 제가 노래를 만드는 원천이에요.” 그냥 발음이 예뻐서 붙이게 된 ‘아레스코’라는 이름은 고대 헬라어로 ‘기쁘게 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자기 세계가 견고하면 그만큼 세상 속에선 이물감을 느끼게 될 테다. 첫 곡 ‘노바디 노우스’는 이 앨범에 담긴 어떤 곡들보다 따뜻한데 그 안에는 진짜 자기와, 세상이 ‘너는 이래’라고 이름붙인 자기 사이의 간극이 배있다. 그는 “세상과 어우러지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봉고와 실로폰 소리가 싱그러운 ‘스리 시슨’에는 원래 자신을 잃어버릴까 하는 우려와 아쉬움이 떠돈다. ‘허클베리 핀’과는 달리 ‘스왈로우’라는 이름으로 내놓은 작업들은 더 그의 내면을 향해있다. 그는 “자연스럽게 흘러넘치는 걸 담았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한국대중음악상 특별상을 받고 걸출한 작사·작곡가라는 평을 듣고 있는 그의 힘은 흘러넘치는 결핍인 듯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노랫말과 멜로디에 그 쓸쓸함의 진정성이 오롯이 담기도록 거르고 걸러내는 성실함일 테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샤레이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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