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위아래사람들 - 음악과 건축과 전기를 모두 알아야
지난 10월20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서울바로크합주단 창단 40주년 특별정기연주회 때 일이다. 이날 유럽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베이스 연광철씨와 잘츠부르크 캄머필하모니의 지휘자 이윤국씨가 객원으로 참여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1부 연주가 끝나고 인터미션(중간휴식) 시간에 한 관객이 화가 난 얼굴로 1층 음향실로 불쑥 찾아와 “2층에서 음악을 들었다. 왜 소리를 확성해서 들려주느냐”고 항의했다. 음향팀이 “클래식 연주에는 절대로 소리를 확성하지 않는다”고 일러주자 “무대 위에 걸려있는 마이크와 벽에 있는 스피커는 뭐냐. 음향실이 소리를 확성하는 곳이 아니냐”고 따졌다. 음향팀이 “마이크는 녹음용이며, 스피커는 안내 방송이나 해설음악회의 해설용으로 사용된다”고 설명하자 그 관객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섰다.
최적소리 들리게 궁리 또 궁리
“의자만 바꿔도 소리 달라져” 예술의전당 음악당 김효균(45·무대운영1팀 차장) 음향감독은 “음악당의 음향실은 콘서트홀의 음향 상태를 파악해서 관객들이 최적의 연주를 즐길 수 있게 음향을 관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주자의 요구에 따라 연주회의 실황을 녹음하는 일도 음향팀의 일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날 관객이 오해를 했던 까닭은 올해 초 음악당이 개관한 지 15년만에 첫 리노베이션(개·보수) 공사를 하면서 낡은 객석을 홀 내부와 같은 원목 소재의 의자로 교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자를 바꾸고 난 뒤 삐걱거림 등 인위적인 소음이 줄어들었으며, 음향에 민감한 목재 의자의 특성이 연주자와 관객들에게 좋은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목재의 특성상 반사성이 강해 전보다 볼륨이 커졌으며, 라운드형이어서 직반사가 아니라 난반사이기 때문에 소리가 고르게 전달돼 관객들이 고른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잔향이 2.25~2.3 정도로 오케스트라 연주나 오르간 연주에 매우 적절한 음향조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쿄 제2국립극장 콘서트홀의 음향을 디자인했던 레오 베라넥 같은 이도 97년 예술의전당 콘서홀에서 연주를 듣고는 ‘볼륨이 크고, 반사판이 멀리 있는 것에 비해 저음비율이 매우 높아서 공연이 좋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클래식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콘서트홀이 최적의 조건을 갖추려면 적절한 잔향과 초기 반사음, 측벽반사음뿐만 아니라 소음과 에코 등의 결함 요소가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실내에서 소리가 발생해 우리 귀에 들리지 않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인 잔향(시간)과 음향이 벽 등에 부딪혀 들리는 초기반사음과 측벽반사음이 관객들에게 소리를 뚜렷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콘서트홀로 불리는 보스톤 심포니홀,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스트리아 빈 뮤직페라인의 명성은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닙니다. 연주의 직접음과 반사음과의 관계를 잘 고려해서 만들어졌고, 그 음향 조건을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그가 세계에서 가장 어쿠스틱이 좋다는 암스텔담 콘서트헤보우에서 2층 가운데의 ‘여왕의 좌석’에 앉아보았더니 풍부하고 명료하고 아름답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직접음과 반사음이 일정하게 도달되며 공간감과 악기의 지향특성을 느낄 수 있었던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개 콘서트홀에서 1층 중간의 좌우열과, 2층과 3층의 가운데 앞열이 연주를 감상하기 좋은 자리라고 귀띰했다. (끝)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hgud555@hani.co.kr
“의자만 바꿔도 소리 달라져” 예술의전당 음악당 김효균(45·무대운영1팀 차장) 음향감독은 “음악당의 음향실은 콘서트홀의 음향 상태를 파악해서 관객들이 최적의 연주를 즐길 수 있게 음향을 관리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주자의 요구에 따라 연주회의 실황을 녹음하는 일도 음향팀의 일과”라고 덧붙였다. 그는 그날 관객이 오해를 했던 까닭은 올해 초 음악당이 개관한 지 15년만에 첫 리노베이션(개·보수) 공사를 하면서 낡은 객석을 홀 내부와 같은 원목 소재의 의자로 교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의자를 바꾸고 난 뒤 삐걱거림 등 인위적인 소음이 줄어들었으며, 음향에 민감한 목재 의자의 특성이 연주자와 관객들에게 좋은 요소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목재의 특성상 반사성이 강해 전보다 볼륨이 커졌으며, 라운드형이어서 직반사가 아니라 난반사이기 때문에 소리가 고르게 전달돼 관객들이 고른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잔향이 2.25~2.3 정도로 오케스트라 연주나 오르간 연주에 매우 적절한 음향조건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도쿄 제2국립극장 콘서트홀의 음향을 디자인했던 레오 베라넥 같은 이도 97년 예술의전당 콘서홀에서 연주를 듣고는 ‘볼륨이 크고, 반사판이 멀리 있는 것에 비해 저음비율이 매우 높아서 공연이 좋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클래식 마니아이기도 한 그는 콘서트홀이 최적의 조건을 갖추려면 적절한 잔향과 초기 반사음, 측벽반사음뿐만 아니라 소음과 에코 등의 결함 요소가 없어야 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가운데 실내에서 소리가 발생해 우리 귀에 들리지 않을 때까지 걸리는 시간인 잔향(시간)과 음향이 벽 등에 부딪혀 들리는 초기반사음과 측벽반사음이 관객들에게 소리를 뚜렷하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는 중요한 조건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3대 콘서트홀로 불리는 보스톤 심포니홀, 암스테르담 콘서트헤보우, 오스트리아 빈 뮤직페라인의 명성은 우연히 얻은 것이 아닙니다. 연주의 직접음과 반사음과의 관계를 잘 고려해서 만들어졌고, 그 음향 조건을 잘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죠.” 실제로 그가 세계에서 가장 어쿠스틱이 좋다는 암스텔담 콘서트헤보우에서 2층 가운데의 ‘여왕의 좌석’에 앉아보았더니 풍부하고 명료하고 아름답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직접음과 반사음이 일정하게 도달되며 공간감과 악기의 지향특성을 느낄 수 있었던 지점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개 콘서트홀에서 1층 중간의 좌우열과, 2층과 3층의 가운데 앞열이 연주를 감상하기 좋은 자리라고 귀띰했다. (끝)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hgud555@hani.co.kr
관련기사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