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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점프’ 1000번 “재밌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등록 2005-11-30 17:58수정 2005-12-01 16:23

최철기 총감독·백원길 코미디연출

국내 대표적인 넌버벌 퍼포먼스(무언 신체극) <점프>가 지난 24일 1000회 공연을 점프했다. 2003년 7월 강남 우림청담씨어터에서 첫 공연한 지 2년4개월만이다. <점프>를 기획하고 제작한 두 주역 최철기(32) 총감독과 백원길(33) 코믹연기·연출가를 지난 28일 만났다.

“1000회라는 것을 2~3주 전에 기획팀 직원으로부터 듣고 벌써 그렇게 되었나 하고 놀랐습니다. ‘배우들과 스태프들이 3년 동안 쉬지 않고 노력한 것이 그 결실을 맺는구나’ 생각했어요.”(최철기) “제가 계속 무대에 서면서도 한번도 1000회 이상 공연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 보니 ‘1000회가 중요한 포인트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배우와 스태프들이 완벽하게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과일로 치면 ‘좋은 당도로 천천히 익어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백원길)

무술 코미디 범벅한 ‘넌버벌’
2년4개월 끊임없는 인기 대장정
“브로드웨이 가는 다리 놓았다”

둘은 극단 사다리에서 함께 무대밥을 먹던 선후배 사이. 서울예전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한 최씨가 97년 극단 사다리에 입단해 서울 중앙고 연극반 출신의 백씨를 만나면서 인연은 시작됐다.

최씨는 “극단 사다리는 국내 연극단체에서는 드물게 공동창작을 많이 하는데, 원길 형은 연기 뿐만 아니라 창작작업에서도 천재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때를 돌이켰다. 백씨도 “철기는 4년 후배인데도 나와 가장 잘 통하고 꿈도 비슷하고, 연극을 만드는 코드가 맞았다. 문제점을 잘 받아들이고, 또 남들이 모르는 허점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능력이 날카로운 친구였다”고 말했다.

그러다 최씨가 99년 봄 송승환씨의 피엠시(PMC)에 <난타> 연출가로 스카웃되었다. 그 당시 전훈씨가 초연 연출을 했던 <난타>는 해외진출을 위해 업그레이드가 필요했던 시점이었는데, 서울예전 시절 뮤지컬 <포기와 베스>, 연극 <밑바닥에서> 등을 연출했던 최씨의 솜씨를 눈여겨보았던 한 선배가 송승환씨에게 추천했던 것이다. 그는 <난타>에 드라마와 캐릭터를 더 보강해서 그해 여름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공연에서 호평을 받았다.

“철기가 <난타>로 갈 때 사흘 동안 싸구려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며 만류했는데 끄떡도 안해요. 그러더니 ‘3년 정도 작업하고 난 뒤에 우리들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 루트를 만들어오겠다’고 약속을 하더군요.”

백씨는 “실제로 철기가 3년 후에 <점프> 아이디어를 가지고 불쑥 찾아와 ‘이제는 무술이야’ 하고 소리쳤다. 아이디어가 기가 막혔다. 그러더니 새벽마다 술을 한통씩 사들고 와서 자는 사람을 깨웠다”고 웃었다.

처음부터 두 사람은 “우리 정서에 맞는 코미디가 들어가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져 있었다. 20번 넘게 수정작업을 거쳐 얼추 기본대본을 만들고 난 뒤 2001년부터 지금의 초기멤버인 윤정열(사위), 진영섭(아빠), 전주우(삼촌), 김지은(엄마) 등 무술유단자 출신 배우를 뽑아서 트레이닝을 시작했다.

경희대 체조연습실에 2001년 여름부터 2002년 겨울까지 하루 10~12시간씩 이어지는 무술 훈련과 연기 훈련에 배우들의 몸이 성할 날이 없었다. 인대가 끊어지고 팔다리가 부러지고 피로에 지쳐 기절하기도 했다.

백씨는 “배우들에게 우리 드라마에 맞는 빠른 템포의 코미디 연기를 주로 훈련하게 시켰다”고 말했다. “배우들이 자기들이 알 수 없는 언어를 참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보통 배우들이라면 다 도망갔을 겁니다.” 실제로 몇명은 도망갔단다.

그해 겨울 두 사람은 <별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샘플공연을 올렸다. 생각보다 반응이 너무 좋았고 무엇보다 공연이 시작되자 배우들의 연기력과 사기가 급속도로 올라가 장기공연을 꿈꾸게 되었다. <별난 가족> 공연을 끝낸 뒤 2003년 3월부터 경기도 남양주의 한 공장 창고를 개조해 연습실과 부엌, 침실을 만들어서 넉달간 또다시 장기합숙에 들어갔다. 하루가 다르게 배우들의 움직임과 선이 예뻐지기 시작했다. 드디어 그해 7월에 <점프> 공연에 들어갔다.

두 사람은 “이제 영국 웨스트엔드나 미국 브로드웨이로 진출하기 위한 자그마한 다리를 놓았다는 기분이다. 앞으로 더 발전을 시켜서 장기공연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글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강재훈 선임기자 khan@hani.co.kr


‘고수 가족’ 멍청한 도둑을 맞다

‘점프’ 는 어떤 공연


<점프>는 할아버지와 아버지, 며느리, 삼촌, 딸, 사위 후보인 청학동 도령 등 모두 무술의 고수들로 이뤄진 3대가 모여 사는 별난 대가족 집안에 멍청난 2인조 도둑이 들면서 벌어지는 좌충우돌의 대결과 해프닝을 그렸다.

한국 고유의 무술인 태껸과 태권도, 쿵후, 애크러배틱으로 단련된 배우들이 숨 쉴 틈 없이 펼치는 마셜아츠(동양무술)와 포복졸도하게 만드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특징이다.

지난 99년부터 4년간의 기획과 3년간의 혹독한 배우 트레이닝을 거쳐 2002년 12월에 국립극장에서 <별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첫선을 보였으며, 2003년 7월에 강남 우림청담씨어터에서 지금의 <점프>라는 이름으로 첫 공연을 시작했다.

특히 지난 8월 세계 최대의 공연 페스티벌로 평가받는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공식초정돼 티켓판매 1위를 차지하며 22일 동안 수많은 외국 관광객과 프로모터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내년 2월에는 꿈의 무대인 영국 런던 웨스트엔드의 공연도 예정되었다.

<점프>는 앞으로 12월 중국 베이징 공연, 내년 1월 두바이 공연에 이어 2월에 그리스 아테네 투어공연과 영국 웨스트엔드의 피콕 씨어터 공연을 앞두고 있다. 또 3월에는 스페인 마드리드 공연, 4월 독일 함부르크 공연도 예정돼 있다.

서울 중구 정동 제일화재세실극장에서 12월31일까지 공연되고 있으며, 내년 3월부터 상설공연장에서 장기공연될 예정이다. (02)722-3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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