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문학 백년 대표작 시화전’ 여는 문학평론가 김우종씨
“시를 그림으로 번역하는 것도 내 업”
“우리 문학사의 중요한 시 작품을 그림으로 해석해 보자는 취지에서 전시를 마련했습니다. 솜씨가 훌륭하지는 않더라도 어쨌든 문학과 그림을 겸업하고 있는 저 같은 사람이 이런 작업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원로 문학평론가 김우종(76) 전 덕성여대 교수가 유화전을 마련했다. ‘현대문학 백년 대표작 시화전’이라는 제목의 전시로, 5일 개막해서 17일까지 이어진다. 장소는 서울 남산 아래 옛 안기부 터에 자리잡은 ‘문학의 집·서울’(02-778-1026~7). 김씨는 이번 전시에 10호 크기의 작품 52점을 내놓았다. 작고 시인 40명과 현역 시인 11명의 시 한 편씩을 그림으로 형상화하고 자신이 직접 지은 <윤동주 찬가>에도 그림을 곁들였다. <서시>(윤동주) <님의 침묵>(한용운) <고향>(정지용) <진달래꽃>(김소월) <나그네>(박목월) <풀>(김수영)처럼 일반인들에게 잘 알려진 작고 시인들의 작품들, 그리고 <북에서 온 어머니의 편지>(김규동) <끊어진 철길>(신경림) <아가>(김남조)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이해인) 등 중진 및 원로 시인들의 작품이 포함됐다.
윤동주부터 신세훈까지 52점
74년 해직 당시 시작 5번째 전시
서정주 친일 행적 비판적 묘사도 “작품 선정은 제 임의로 했지만, 나름대로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들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시를 미화하는 그림만 있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묘사한 작품들도 있어요.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대표적이죠.” <국화 옆에서>를 형상화한 그림은 원경에 일본 신사와 가미카제 특공대로 보이는 전투기들이 있고, 근경에는 노란 국화 더미 앞에 벌거벗은 젊은 여성이 엎드려 있는 모습을 담았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 간 조선의 처녀를 그린 듯하다. 또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 편은 6월 항쟁 당시 숨진 이한열과 진달래를 그렸고, 신세훈씨의 <이라크 아이의 눈>은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를 차용했다. 60, 70년대 참여문학의 편에서 활발히 논쟁에 가담했던 면모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김씨가 그림을 ‘겸업’하기는 벌써 30년도 넘었다. “1974년 이른바 ‘문인 간첩단 사건’으로 투옥되었다가 대학에서 해직된 뒤 6년 간 놀고 있을 때 소일거리 겸 생계수단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75년에 첫 전시를 했는데, 동료 문인들이 제 형편을 가긍히 여겨 많이들 사 주었지요.” 그 뒤 세 번의 전시회를 더 했고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번 전시는 판매를 목적으로 한 건 아닙니다. 물론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팔긴 하겠지만요. 저 나름으로는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현대 시들을 포함해 시를 그림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74년 해직 당시 시작 5번째 전시
서정주 친일 행적 비판적 묘사도 “작품 선정은 제 임의로 했지만, 나름대로 문학사적 의미를 지닌 작품들을 골랐습니다. 그리고 반드시 시를 미화하는 그림만 있는 게 아니라 비판적으로 묘사한 작품들도 있어요. 친일 행적으로 비판받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가 대표적이죠.” <국화 옆에서>를 형상화한 그림은 원경에 일본 신사와 가미카제 특공대로 보이는 전투기들이 있고, 근경에는 노란 국화 더미 앞에 벌거벗은 젊은 여성이 엎드려 있는 모습을 담았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 간 조선의 처녀를 그린 듯하다. 또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 편은 6월 항쟁 당시 숨진 이한열과 진달래를 그렸고, 신세훈씨의 <이라크 아이의 눈>은 피카소의 작품 <게르니카>를 차용했다. 60, 70년대 참여문학의 편에서 활발히 논쟁에 가담했던 면모를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김씨가 그림을 ‘겸업’하기는 벌써 30년도 넘었다. “1974년 이른바 ‘문인 간첩단 사건’으로 투옥되었다가 대학에서 해직된 뒤 6년 간 놀고 있을 때 소일거리 겸 생계수단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75년에 첫 전시를 했는데, 동료 문인들이 제 형편을 가긍히 여겨 많이들 사 주었지요.” 그 뒤 세 번의 전시회를 더 했고 이번이 다섯 번째다.
“이번 전시는 판매를 목적으로 한 건 아닙니다. 물론 사겠다는 사람이 있으면 팔긴 하겠지만요. 저 나름으로는 그림이라는 수단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문학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앞으로도 현대 시들을 포함해 시를 그림으로 ‘번역’하는 작업을 계속 할 생각입니다.” 최재봉 문학전문기자 bo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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