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유린타운’ 23일부터…화장실 소재 현실 풍자
1995년 봄 유럽을 여행하던 극작가 그레그 커티스는 가진 돈이 거의 떨어지자 비행기 삯을 남기려고 기차역이나 공원에서 선잠을 자야 했다. 어느날 파리의 룩셈부르크 공원 옆을 지날 때 참을 수 없을 만큼 오줌이 마렵자 ‘공원 내 유료 화장실을 이용할까’, ‘몇 시간을 참았다가 식당에서 저녁식사와 함께 해결할까’ 심각한 고민에 놓이게 되었다.
그러다 그는 도시의 모든 화장실들이 시민들의 편리와는 관계없이 독점적인 조합의 손에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깨닿고 이것을 고발하려고 뮤지컬 작품을 쓴다. ‘오줌마을’을 뜻하는 코미디 뮤지컬 <유린 타운>(Urine Town)은 이렇게 탄생되었다.
신시뮤지컬컴퍼니가 ‘뮤지컬 즐겨찾기’ 4번째 작품으로 화장실을 소재로 현실을 풍자한 뮤지컬 <유린 타운>을 오는 23일부터 오픈 런 방식으로 대학로 신시뮤지컬극장에 올린다.
물 부족에 시달리는 가상의 도시에서 벌어지는 화장실 사용권에 대한 다툼이라는 어처구니없는 소재를 다루면서 권력의 남용과 피지배계층의 아픔, 물질 만능주의, 환경문제 등을 꼬집는다.
이 도시의 시민들은 정부가 공인한 기업 ‘유린 굿 컴퍼니’가 독점하고 있는 유료급수를 이용해 생리현상을 해결하며 살고 있다. 돈을 내지 않고 정해진 장소 이외 다른 공간에서 용변을 보는 사람들은 체포돼 한번 들어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유린 타운’으로 보내진다. 그 때문에 아버지를 잃게 된 주인공 바비와 시민들은 ‘자유롭게 오줌을 눌 권리’를 쟁취하려고 봉기한다.
그레그 커티스가 극본과 가사를 쓰고 마크 홀먼이 작곡을 맡은 이 작품은 2001년 오프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뒤 그해 토니상의 극본, 작곡, 연출상을 수상했다. 국내에는 2002년 8월 첫선을 보인 뒤 2003년 10월부터 석달간 앙코르 공연됐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렌트> 등의 김재성이 연출을 맡은 이번 공연에서 주인공 바비 스트롱 역에 강필석과 이학민이 더블 캐스팅됐고 여주인공 호프 클로드웰 역에 고명석, 호프의 엄마 페니 와이즈 역에 김경선이 출연한다. 1588-7890.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사진 신시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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