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그룹 사운드의 ‘거친’ 징글벨

등록 2005-12-21 17:00수정 2006-04-11 16:30

<Merry Christmas(김인배 크리스마스 캐롤집)>(1970)
(1970)
한국팝의사건·사고60년 - (32) 그때 그 캐롤들
이 시대 ‘최대 명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성탄절이 임박하니 캐롤이 귀에 딱지 앉을 정도로 흘러나오고 있다. 이맘때면 인기 가수들이 저마다 목소리를 뽐낸 캐롤 음반을 앞다투어 발매하는 게 ‘달력행사’다. <심형래 코믹 캐롤>(1984)의 대박 이후 보편화된 개그맨의 코믹 캐롤 음반도 여전하고(심형래 버전 ‘징글벨’을 기억하십니까. 영구 톤으로 어눌하게 노래하는 “흰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달릴까 말까 달릴까 말까 […중략…] 종이 울려서 울릴까 말까 흥겨워서 소리 높여 울릴까 말까”).

이쯤에서 지난 시대의 크리스마스 캐롤을 살펴보자. 30여 년 전 크리스마스는 어땠을까. 성탄절이 성스런 날이기만 하지 않은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어떤 면에서 그 시절의 성탄절은 더 각별했다. 야간 통행금지가 엄존하던 시절(1945년부터 1982년까지 무려 37년간!)에 크리스마스는 1년 중 통행금지가 해제되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해방일’이었기 때문이다. 합법적으로 ‘밤드리 노닐’ 수 있는 날이니 만큼, 서울로 치면 명동, 충무로, 종로를 축으로 한 도심 삼각지대가 새끈하게 차려 입은 젊은이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던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다. 요컨대 ‘크리스마스 베이비’ 같은 용어가 심심찮게 인구에 회자되던 시절의 일이다. 물론 이는 ‘바캉스 베이비’처럼 인구통계학적인 검증을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이 연재를 챙겨보는 독자라면 ‘1968~75년 사이의 가요에 대해 참 길게도 서술하고 있네’라는 생각(불만?)을 해봄직 한데, 그 시기에 뭔가 색다른 캐롤 음반이 없을 리 없다. 기성 인기 가수의 캐롤 음반들이야 상례적인 일이니 제외하고, 1969년을 기점으로 그룹 사운드의 캐롤 음반들이 발매되기 시작했던 점은 기억할 만하다. 보수적인 음반업계의 속성상 신진급인 그룹 사운드의 캐롤 음반이 여러 종 제작되었던 건 새로운 현상이었는데, 이는 청년층에게 그만큼 그룹 사운드가 인기 있었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동시에 그룹 사운드의 해석과 연주력이 신뢰할만한 수준이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후자와 관련해, 1960년대 미8군 쇼 무대의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무수히 캐롤을 연주했던 그룹 사운드가 그간의 노하우를 살린 거라고 부연할 수 있다.

‘히 화이브’의 <Merry Christmas 사이키데릭 사운드(고요한 밤/징글벨)>(1969)
‘히 화이브’의 (1969)
그룹 사운드의 대표적인 캐롤 음반으로는 ‘히 화이브’의 <메리 크리스마스 사이키데릭 사운드(고요한 밤/징글벨)>와 ‘키 보이스’의 <키 보이스 메리 크리스마스(징글벨 락)>(이상 1969), 라스트 찬스의 <라스트 챤스의 폭팔적인 싸운드(화이트 크리스마스/징글벨)>, 이연실과 메가톤스의 합동 음반인 <이연실 크리스마스 캐롤 특집(고요한 밤/징글벨)>(이상 1971) 등이 있다. 이런 음반에서 경음악풍 반주로 익숙한 캐롤이 진행되다 갑자기 ‘아이언 버터플라이’의 ‘인어가다다비다’가 장중하게 흘러나오거나 거친 사운드에 즉흥적인 연주로 넘어가는 곡 전개를 단골로 발견할 수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음반은 <메리 크리스마스(김인배 크리스마스 캐롤집)>(1970)이다. 김인배가 리드하는 악단 스타일의 경음악과 신영균의 보컬 곡이 담긴 이 음반이 각별한 것은 김민기가 독집을 내기 이전에 녹음한 곡들이 실려 있다는 데에 있다. 이 음반에서 김민기는 ‘도비두’란 듀엣으로 김영세와 짝을 이뤄 ‘첫번 크리스마스’, ‘친구’, ‘세노야’를 녹음하면서 레코딩 데뷔를 하게 되는데, 독집과 달리 어쿠스틱 기타 반주와 노래만으로 담백하게 편곡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캐롤의 한글 제목과 노랫말이 오늘날과 다를 뿐 아니라 통일되어 있지 않았던 시절의 음반들이다. 록 음악 애호가라면 앞서 말한 그룹 사운드 캐롤 음반은 충격적일 것이고, 김민기의 팬이라면 김인배 작·편곡 캐롤 음반은 인터넷을 뒤지는 수고가 아깝지 않을 것이다.

이용우/대중음악평론가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