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뉴메탈 밴드 ‘시스템 오브 어 다운’

등록 2005-12-28 16:55수정 2005-12-29 15:28

‘조롱’ 은 날뛰는 리듬을 타고

1990년대 중반부터 헤비메탈은 용광로가 됐다. ‘림프 비즈킷’, ‘콘’은 힙합 등 여러 장르를 광포한 사운드로 집어삼켜 메탈의 진화를 꿈꿨다. 이른바 ‘뉴메탈’ 안에서도 독특한 색깔을 내며 제 자리를 다진 밴드가 아르메니아계 미국인들로 이뤄진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이다.

이 밴드는 대놓고 정치적이다. 전쟁과 제국주의, 기득권의 질서는 공격 대상이다. 묘하게도 대중은 날 서고 껄끄러운 도전에 매혹됐다. 이들은 올해 30여곡을 여섯 달 시차를 두고 앨범 <메즈머라이즈>와 <힙노타이즈>로 나눠 담아 내놨다. 음악과 철학의 정체성을 갈무리하며 ‘최면을 걸다’라는 동의어를 단 이 앨범들은 두 장 다 나오자마자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애조 띤 기타 선율로 시작하는 ‘솔저 사이드’는 두 앨범의 처음과 끝을 차지하며 연결 고리가 된다. “주검이 무덤의 바닥에 누워 있네, 과연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주교는 왕에게 거짓말을 했고 사람들은 죽으려고 자라나네.” 세르이 탄키안(보컬)은 “우리는 메시지를 강요하는 독재자가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느끼길 바라기 때문에 언론에 곡의 의미를 이야기하길 꺼린다”면서도 “‘솔저 사이드’는 우리 생각을 잘 나타내주는 곡”이라고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웃사이더들이고 때로는 이 위치에서 사물과 현상이 더 또렷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밴드의 매력은 블랙코미디를 빚어내는 유머에 있다. 진지한 이야기를 롤러코스터 같은 박자와 멜로디 변화에 태운다. 세르이 탄키안(보컬), 다론 말라키안(기타), 샤보 오다지안(베이스), 존 돌마얀(드럼)은 메탈의 핵심 줄기에 동유럽 음악과 재즈, 팝의 요소까지 엮어내며 휙휙 방향을 바꾼다. 보컬도 ‘이럴 줄은 몰랐지’라고 장난치듯 오락가락한다.

변화무쌍하되 고삐는 단단히 쥐고 있다는 점이 데뷔 10년째를 맞는 이 밴드의 내공이다. 망아지처럼 날뛰는 리듬을 낚아챘다 풀어놨다 하는데 균형을 잃는 법이 없다. 집시의 허밍 같은 보컬이 장엄하게 흐르다가 기타와 함께 가속도를 붙이며 “위선자, 살인자”라고 외친다. 묵직한 곡 뒤로 성적 농담으로 찬 ‘비시너티 오브 옵시너티(외설에 근접함)’가 촐싹거리며 바짝 따라붙는다. 기타와 드럼이 무게를 잡다가 갑자기 과자 시엠송에 어울릴법한 우스꽝스러운 팝으로 샛길을 탄다. “사람들은 우리가 진지한 줄 알아요. 사실 유머는 우리한테 굉장히 중요해요. 증오가 없다면 사랑이 없고, 웃음이 없다면 울음도 없죠.”

어울리지 않는 것들을 덧대 특별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이들은 으르렁거리는 채식주의자들이다. “살아 있는 모든 동물들에 대한 존경을 보내기 위해서”라고 한다. ‘오디오 슬레이브’의 기타리스트 탐 모렐로 함께 ‘엑시스 오브 저스티스’라는 비영리 기관을 만들어 평화·인권 보호와 관련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자선 공연에도 자주 등장한다.

탄키안은 “특별히 위대한 밴드가 되어야겠다는 따위의 계획은 애초부터 없었다”며 “우리의 음악은 다만 항상 긴박하고, 비판적이고,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그들은 긴장과 능청스러운 여유, 씁쓸함과 키득거림을 섞어 권력이 만들어낸 주술을 깨는 주술을 건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소니비엠지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