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롱’ 은 날뛰는 리듬을 타고
1990년대 중반부터 헤비메탈은 용광로가 됐다. ‘림프 비즈킷’, ‘콘’은 힙합 등 여러 장르를 광포한 사운드로 집어삼켜 메탈의 진화를 꿈꿨다. 이른바 ‘뉴메탈’ 안에서도 독특한 색깔을 내며 제 자리를 다진 밴드가 아르메니아계 미국인들로 이뤄진 ‘시스템 오브 어 다운’이다. 이 밴드는 대놓고 정치적이다. 전쟁과 제국주의, 기득권의 질서는 공격 대상이다. 묘하게도 대중은 날 서고 껄끄러운 도전에 매혹됐다. 이들은 올해 30여곡을 여섯 달 시차를 두고 앨범 <메즈머라이즈>와 <힙노타이즈>로 나눠 담아 내놨다. 음악과 철학의 정체성을 갈무리하며 ‘최면을 걸다’라는 동의어를 단 이 앨범들은 두 장 다 나오자마자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 애조 띤 기타 선율로 시작하는 ‘솔저 사이드’는 두 앨범의 처음과 끝을 차지하며 연결 고리가 된다. “주검이 무덤의 바닥에 누워 있네, 과연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 궁금해 하며 …주교는 왕에게 거짓말을 했고 사람들은 죽으려고 자라나네.” 세르이 탄키안(보컬)은 “우리는 메시지를 강요하는 독재자가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게 느끼길 바라기 때문에 언론에 곡의 의미를 이야기하길 꺼린다”면서도 “‘솔저 사이드’는 우리 생각을 잘 나타내주는 곡”이라고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우리는 아웃사이더들이고 때로는 이 위치에서 사물과 현상이 더 또렷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밴드의 매력은 블랙코미디를 빚어내는 유머에 있다. 진지한 이야기를 롤러코스터 같은 박자와 멜로디 변화에 태운다. 세르이 탄키안(보컬), 다론 말라키안(기타), 샤보 오다지안(베이스), 존 돌마얀(드럼)은 메탈의 핵심 줄기에 동유럽 음악과 재즈, 팝의 요소까지 엮어내며 휙휙 방향을 바꾼다. 보컬도 ‘이럴 줄은 몰랐지’라고 장난치듯 오락가락한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소니비엠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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