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 풀어헤친 문화유산 새해맞이 나들이 재촉하네
병술년 새해에 맞춤한 문화유산 기획전들이 나들이 관객들을 잡아끈다. 전통에서 새 출발의 참뜻을 캐어보라고 권하는 전시들이다.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의 ‘조선왕실의 가마 특별전’(3월 31일까지·02-3701-7633)은 조선시대 왕족용 가마 3점과 관련 장식물들을 처음 수장고에서 꺼내 선보였다. 왕과 왕비, 왕세자가 탔던 ‘연(輦)’과 휘장 아래 좁은 겹창이 달린 공주·옹주 탑승용 ‘덩’, 온통 화려한 봉황장식을 새긴 구한말 신식가마인 봉교(鳳轎)가 핵심이다. 왕의 가마 행렬 때 달았던 각양각색 장식 깃발들도 볼거리다. 특히 두 마리 용이 얽힌 가로·세로 각각 약 3m의 교룡기는 한점 밖에 없는 유물이다.
인근 국립민속박물관의 개띠해 특별전 ‘우리의 오랜 친구, 개’(2월27일까지·02-3704-3172)는 개가 등장하는 전통 문화 유산들을 살펴본다. ‘십이지’ ‘벽사’ ‘일상’ 등의 주제어에 얽힌 개의 문화사적 의미를 그림, 생활용품, 공예품 등을 통해 보여준다. 개 도상이 나온 십이지명 뼈항아리와 별전, 개모양 토우, 여러 전통그림 등을 구경할 수 있다.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의 ‘세화견문록’전(2월12일까지·02-580-1272~9)에는 새해 주고받던 전통 그림 세화를 현대미술의 양념으로 버무려 놓은 작품들이 등장한다. 컴퓨터 바이러스 소멸을 비는 홍성담씨의 컴퓨터 부속품 부적, 미인의 머리칼을 전통 음식재료로 장식한 데비한의 사진, 파격적인 한글 디자인을 실험하는 안상수씨의 문자도, 홍지연씨의 민화풍 꽃그림 등이 나왔다.
이밖에 도자기, 목공예 명품 등을 선보이는 호림박물관의 ‘구입 문화재 특별전 Ⅶ’(2월28일까지· 02-858-2500)과 경기도 고구려 유적을 조명한 경기도 박물관의 ‘우리 곁의 고구려’ 전(2월19일까지·031-288-5360), 근현대 작가들의 솔 그림 30여 점을 내놓은 코리아나 화장박물관의 ‘소나무 향기’전(1월21일까지·02-547-9177), 국립경주박물관의 신라 인화문 토기 전(1월22일까지·054-740-7539), 호암미술관의 ‘철화 자기’테마전(2월26일까지·031-320-1801~2) 등도 나들이할 만한 문화유산 전시들이다.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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