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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연극 연출가 김낙형씨, 관객 가슴치는 작품 하고 싶어요

등록 2006-01-10 19:01수정 2006-01-10 19:05

2006 문화계 샛별 ⑩ 연극 연출가 김낙형씨

겉은 어수룩하고 말도 어눌한 듯한데, 진지한 언어를 주룩주룩 쏟아내는 사람이 있다. 연극 연출가 김낙형(36·극단 ‘죽죽’ 대표)씨가 그런 사람이다.

“혹독한 게 좋더라구요. 연극은 미완성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완성에 대한 열망 같은 게 있어요. 완성에 도달하기 위해 늘 무릎을 꿇어야 하는, 무릎을 꿇는 행위가 있고 나서야 자유를 얻을 수 있는, 그 과정이 굉장히 혹독하죠, 연극은.”

김씨는 극단76단에서 배우로 활동하다 2001년 혜화동1번지 3기동인이 되면서 본격적인 연출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배우 시절 썼던 몇 개의 희곡 작품이 선배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던 것이다. 이제 올해부터는 혜화동1번지의 우산을 벗어나 독자적인 활동을 펼쳐야 한다. 그에게 기대가 모아지는 것은, 그가 건강한 문제의식과 함께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작가이자 연출가이기 때문이다.

문제의식·언어감각…기본기 탄탄

그의 최근작 <바람아래 빠빠빠>와 <지상의 모든 밤들>은 사회적인 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빼어난 언어감각으로 희극적인 느낌까지 살려낸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학교에서의 왕따 문제를 다뤘던 <나의 교실>(2001년)이 그러했듯이, 뿌리를 잃어버린, 소외된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도 거두지 않았다.

연극평론가 노이정씨는 그의 작품 세계에 대해 “거칠지만 진정성이 있고, 남루하지만 감동적”이라고 평했다. 거친 리얼리티를 드러내는 극단76단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삶의 이면을 파고드는 참됨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소외된 사람들 스스로의 목소리로 풀려나오는 자화상 같은 언어는 탁월한 서정성을 지니고 있다.

“대학(세종대 무역학과) 1학년 때, 학교 연극반이 단원을 모집한다는 ‘대자보’를 보고 무언가에 이끌리듯 분장실을 찾아갔다가, 선배들이 시키는대로 물을 떠다주고 심부름하는 것으로” 그의 연극 인생은 시작됐다. 연극에 푹 빠져 학과 수업은 뒷전이었고, 시간이 나면 “도서관 나무 밑에 누워 매미 소리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거친 리얼리티 남루하지만 감동적

결국 학점이 모자라 졸업을 포기해야 했다. 연극은 그에게 운명 같은 것이 되어버렸다. “<대머리여가수>와 <수업>을 일년 내내 상연하는 파리의 이오네스크 전용 극장처럼, 장르별로 꾸준히 오래 가는 연극이 많이 생길 거에요. 그렇게 ‘가늘고 길게’ 연극은 살아 남겠죠.”

올해도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텍스트를 위주로 하는 정극과 실험극을 한 편씩 준비하고 있다. 정극의 경우 그동안 했던 현대물에서 벗어나 구한말을 배경으로 한 <소년의 집(가제)>을 구상 중이다.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거세당한’ 내시들의 삶을 통해 조선 왕조와 양반들의 몰락을 서사적으로 그려낼” 생각이다.

“객석을 꽉 채우는 공연보다는 관객의 가슴을 칠 수 있는 작품을 하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연극의 전통이 깊은 나라에 여행을 다녀오고 싶구요.” <끝>

글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사진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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