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중개업 ‘쇼틱’ 김종헌씨
마흔살은 위험한 나이다. 공자는 세상 일에 미혹되지 않는 나이라고 일렀다. 그러나 마흔살은 후반부 인생의 마지막 모험을 결행하기 쉬운 나이다. <달고나> <뮤직 인 마이 하트> 등 창작 뮤지컬 전문 프로듀서로 활동해온 김종헌(39)씨가 우리 나이로 마흔을 맞아 일을 저질렀다. 그는 오는 2월6일 신개념의 공연 쇼핑몰 ‘쇼틱(showtic) 커뮤니케이션즈’를 연다. 공연 창작자와 다양한 제작자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일종의 ‘공연 복덕방’이며 ‘창작과 제작의 소통 채널’이다. 창작자의 콘텐츠 파는 쇼핑몰
‘무한 잠재력’ 뮤지컬 육성 꿈
프로듀서에서 ‘마흔의 새도전’ “최근 몇년간 우리 뮤지컬 시장의 규모가 빠르게 성장했지만 주로 수입산 대형 뮤지컬들이 주도해왔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몇년이 지나 수입 뮤지컬이 바닥날 것에 대비해 장기적인 안목으로 문화산업의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우리 관객들의 정서와 성향에 다가서는 창작 콘텐츠 개발이 절실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는 “쇼틱 커뮤니케이션즈는 작가, 연출가, 작곡가 등 역량있는 아티스트들의 이력과 현황, 또 그들이 만든 창작 컨텐츠를 온라인과 오프라인에 모아서 제작자나 잠재 제작자들이 언제든지 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으로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작품 기획과 콘텐츠 개발, 이미지 캐스팅, 마케팅, 유통망 등 공연 전반에 대한 컨설팅을 비롯해 제작자의 주문을 받아 작품을 주문제작해서 납품하는 일도 주요 업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는 국내에서는 아직 낯선 ‘공연 중개업’을 벌이게 된 건 문화적인 자존심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시장의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창작 뮤지컬 가운데 수입산 대형 뮤지컬에 견줄 만한 인기작품이 나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왔다는 것이다. 그는 그 까닭을 스타 작곡가나 스타 연출가, 스타 대본가 등 걸출한 기초 창작자의 부재 탓으로 보았다. 따라서 쇼틱 커뮤니케이션즈를 통해 실력있는 기초 창작자와 창작 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려고 한다. “수입 뮤지컬 시장은 한계가 있지만 창작 콘텐츠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수입산 대형 뮤지컬의 경우 해외에 로열티로 지불하는 액수가 제작비의 15~25%나 돼 제작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그 부담이 관객들에게 돌아가게 되죠. 악순환입니다.”
그는 창작 콘텐츠를 원하는 관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그것이 앞으로의 흐름이라고 굳게 믿는다. “창작 콘텐츠는 결코 마이너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창작 콘텐츠가 메이저가 될 때 우리의 문화적인 자존심이 생겨나며, 앤드류 로이드 웨버와 맞짱을 뜰 수 있는 작품이 나올 수 있습니다.” 현재 그의 쇼틱 커뮤니케이션즈와 뜻을 같이 한 아티스트는 연극이나 뮤지컬 분야의 작가 겸 연출가인 김한길 고선웅 유희성 이항나 조광화 이해제 장유정 왕용범씨를 비롯해 음악감독 원미솔, 작곡가 최귀섭, 작사가 유혜정, 무대 디자이너 손호성, 번역가 성수정시등 30여명에 이른다. 그는 올해 3월을 시작으로 4차례 실용적이고 직접적인 쇼케이스를 열어 아티스트의 창작 콘텐츠를 제작자들에게 선보일 계획이다. 마흔살에 PMC프러덕션 상무이사라는 보장된 직업을 버리고 모험을 벌인 이유에 대해 그는 “밤새워 작품을 개발하고 아이디어를 내는 일이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86년 인형극으로 연극계에 데뷔해 95년까지 배우와 연출가로 지냈고, 그 후 10년간 극단의 기획실장과 프로듀서 등 공연비지니스 일을 해왔습니다. 20년만에 창작자와 제작자를 연결해주는 새로운 공연 비즈니스를 하게 돼 즐겁습니다.” 그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이미 석달 전에 회사에 사표를 냈다. “바이킹이 섬에 도착하면 배를 태워버립니다. 돌아갈 길을 없애기 위해서지요.” 정상영 기자 ch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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