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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가슴 한켠 이상과 추억들 ‘뒤죽박죽 화법’ 에 담아

등록 2006-01-11 20:35수정 2006-01-11 20:37

‘칠순의 신인’ 류해운 전

칠순의 신인 작가? 8년전 그림에 입문했다는 류해윤(77)씨는 60~70년대 보통 한국인이 지녔던 추억 속 상상력으로 그림을 그린다(그는 서울 길음동에서 40년 이상 세탁소를 하고 있다). 푸른 원색의 명산과 아름다운 강과 숲이 물결치는 그의 풍경화는 흘려 보면 영낙없는 60~70년대 이발소 그림이다. 하지만 뜯어보면 볼수록 그림들은 초현실적이면서도 얄궂은 이미지의 만화경을 만들어낸다. 조국 근대화를 위해 국가로부터 한없는 헌신을 강요당했던 지난날 가슴 한켠에 눙쳐둔 소시민의 이상과 추억들이 부자연스럽고 뒤죽박죽인 화법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정자에서 북치고 놀고, 양복을 입고 빨간 차 타고 나들이를 나가는 수채그림들은 그래서 그 시절 한국인들의 내면을 옮긴 심리적 그림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서울 관훈동 갤러리 쌈지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첫 개인전 ‘할아버지의 기억’에는 텔레비전에서 보고 떠올린 금강산의 남북이산가족 상봉 장면, 허장성세를 부린 호랑이 민화, 조선백성들의 단오절 놀이 잔치, 고향마을 풍경 따위의 그림 50여 점이 놓여져 있다. 픽 웃음이 나오는 유치한 기법의 그림들을 계속 주시하게 되는 건 그 시절의 순박한 감수성이 그대로 화폭에 살아있다는 특징에서 비롯된다. 원근법을 무시하고 으리으리한 물가 전각 속에서 그림 그리는 자신의 상반신만 크게 확대한 <자화상>, 금강산을 배경으로 친목계원들이 모인 황당한 구도의 <육체미> 등에서 작가가 이 시대 한국 중노년들의 그 시절 감수성을 애써 기억하며 살려내려 했음을 느낄 수 있다. 사인펜을 휘갈기거나 여러 색채를 마구 부려 쓴 흔적들은 그래서 이런 작가의 장점을 더욱 되살려주는 소품이 된다.

지금껏 무려 420여점의 그림을 그렸다는 작가는 “8년전 타계한 선친의 제사상에 쓸 영정을 놓기 위해 증명사진을 보고 베끼기 시작한 것이 그림에 매달린 빌미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23일까지. (02)736-0088.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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