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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작품들이 ‘발광’하며 열연하는 전시장 가보셨나요

등록 2020-08-03 15:46수정 2020-08-03 21:28

기획자 대안공간 웨스의 ‘7인의 지식인’ 전
대안공간 웨스의 기획전 ‘7인의 지식인’의 ‘시퀀스’ 전시 광경. 천장에서 푸른빛 조명이 점멸하는 가운데 전시공간이 푸른빛으로 변하면서 출품된 각각의 작품들 역시 색다른 조형미를 뽐내며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황예지 작가의 눈 사진과 장동완 작가의 버드나무 풍경화, 황수연 작가의 조형물을 각각 다른 모양새의 틀거지로 떠받친 알루미늄 프레임들이 보인다(왼쪽부터).
대안공간 웨스의 기획전 ‘7인의 지식인’의 ‘시퀀스’ 전시 광경. 천장에서 푸른빛 조명이 점멸하는 가운데 전시공간이 푸른빛으로 변하면서 출품된 각각의 작품들 역시 색다른 조형미를 뽐내며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황예지 작가의 눈 사진과 장동완 작가의 버드나무 풍경화, 황수연 작가의 조형물을 각각 다른 모양새의 틀거지로 떠받친 알루미늄 프레임들이 보인다(왼쪽부터).
빛이 몸부림치는 전시장이다.

뚱뚱거리는 전자음이 장내에 울려 퍼지면, 천장에 열 지어 달린 조명등은 각양각색의 빛을 작품들 위로 흩뿌리며 점멸한다. 푸른빛, 연 하늘빛, 분홍빛, 붉은빛, 누런빛으로 공간의 색깔이 휙휙 뒤바뀌고 작품의 때깔과 분위기 또한 격렬하게 변신을 거듭한다.

서울 한성대 역 4번 출구 앞 업무용 건물 2층에 자리한 대안공간 웨스. 이곳에서 지난달 초 개막한 기획전 ‘7인의 지식인’은 빛과 작품들이 신들린 듯 어울리며 ‘발광(發光)’하는 전시다. 정적인 기존 전시장의 속성을 사정없이 깨뜨리고, 무대에서 배우가 열연을 펼치듯 전시장과 작품들이 격정적인 빛의 스펙트럼 속에서 현란한 이미지의 탈바꿈을 펼쳐낸다. 황예지 사진가가 자신의 눈을 찍은 클로즈업 사진, 불길하게 빛나는 눈 모양의 이미지를 달아 사람의 내면 자화상처럼 묘사한 장동완 작가의 버드나무 그림, 움푹 들어가거나 튀어나온 요철 모양으로 고안된 황수연 작가의 종이조형물이 전시의 주역이다. 세 작품들이 조명이 명멸하는 무대에서 폐허나 정교한 제단처럼 짜인 알루미늄 틀 위에 내걸리거나 틀 위의 트랙을 상하 좌우로 미세하게 움직인다. 이런 상황이 천변만화하는 빛들의 군무 속에 연출되면서 작품과 공간은 배우가 표정과 몸짓을 연기하는 듯한 얼개를 띠고 관객에게 다가온다. 전시장의 고정된 틀을 벗어나 연극 무대 같은 공간을 빚어내고 작품을 연기자처럼 클로즈업 시키는 구성이다. 특히 12분 동안 조명의 격정적인 색조 변화와 작품의 움직임을 전자음 리듬에 실어 압축적으로 쏟아내는 퍼포먼스 공연 성격의 ‘시퀀스’는 이번 전시의 고갱이다.

대안공간 웨스의 기획전 ‘7인의 지식인’의 전시장 모습. 사진 정면에 가장 가깝게 보이는 작품이 알루미늄 틀에 매달린 황수연 작가의 요철 조형물이다. 뒤쪽으로 황예지 작가의 눈 사진과 장동완 작가의 버드나무 풍경화가 각각 다른 모양새의 알루미늄 프레임들에 의해 받쳐진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다.
대안공간 웨스의 기획전 ‘7인의 지식인’의 전시장 모습. 사진 정면에 가장 가깝게 보이는 작품이 알루미늄 틀에 매달린 황수연 작가의 요철 조형물이다. 뒤쪽으로 황예지 작가의 눈 사진과 장동완 작가의 버드나무 풍경화가 각각 다른 모양새의 알루미늄 프레임들에 의해 받쳐진 모습으로 선보이고 있다.
전시를 꾸린 박수지 독립큐레이터는 두 가지 의문과 하나의 반성을 염두에 두고 내용과 형식을 구상했다고 말했다. 코로나가 창궐하는 시대에 예술이란 무엇이고, 예술은 또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그냥 공간에 설치해 내보였던 도식화한 방식의 전시기획에 안주했던데 대한 반성이 그것이다. 작품을 내고 전시를 엮은 작가와 기획자, 감상하는 관객까지 모두 지식인으로 설정하고 3자의 생각과 태도를 새롭게 되짚어보자는 뜻을 담았다는 설명이다.

극적으로 변주되는 조명라인과 작품을 정교한 알루미늄 프레임에 걸쳐 연기하듯 움직이게 하는 아이디어는 작가 5명이 결성한 뉴미디어 창작그룹 ‘아이브이에이에이아이유 씨티(IVAAIU City)’와의 협업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전시장 문에 붙은 큐아르(QR)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으면 기획자의 긴 글도 읽을 수 있다. 이 시대 예술에 가담한 지식인을 거짓부렁이, 하루살이, 요식행위자 등 7가지 군상으로 풍자하면서 예술과 지식인의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계기를 모색하는 내용이다.

지난 5월 개관한 웨스는 청년 기획자 11명이 운영비를 추렴해 2년 동안 운영하는 실험적 전시 공간. 젊은 미술인들 사이에 ‘요즘 가장 힙한 전시’란 입소문을 탄 이번 기획전은 개관전 이래 두 번째 전시로, 7일까지 열릴 예정이다. 전시는 7일까지다. 전시 핵심인 발광 퍼포먼스 ‘시퀀스’는 전시 당일 오후 7, 8, 9시 정각과 30분에 각각 펼쳐진다.

글·사진 노형석 기자 nu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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