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안은 엄마의 몸짓을 격렬한 붓질로 드로잉한 그림들. 악쓰거나 권태에 지친 엄마의 표정과 내면을 거친 선들의 뭉치로 표현한 듯한 화면들이 이어진다. 폭발하는 듯한 감정을 뒤엉킨 선과 색조의 덩어리로 엮어 젖을 짜고 아기를 안은 여인상의 배경에 배치했다. 모성애보다 긴장이 느껴진다. 흔히 생각하는 모성의 표상과 다르지만, 시선을 돌리고 나니 다른 생각이 든다. 사실 이렇게 표현된 감정들이 모성이 직면한 현실이 아닐까.
2013년 베네치아 비엔날레에서 은사자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대가로 떠오른 프랑스 미술가 카미유 앙로(42)는 사람들이 당연시해온 특정한 감정과 믿음에 감각의 메스를 들이댄다. 그의 첫 국내 초대전 ‘토요일, 화요일’이 열리고 있는 서울 종로구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2층 들머리에서 도발적인 구도로 그린 그의 모자 그림 근작들을 감상하면서 특유의 인문적 상상력을 느낄 수 있다. 작가는 인류학과 정신분석학을 바탕으로 영아기의 빨기, 울기, 웃기, 안기, 매달리기 같은 행동을 모성의 심리와 결부해 표현했다.
이 전시의 또 다른 소재는 한주의 토요일과 화요일. 두 요일에 반복되는 사람들 행동과 그 안에 드러난 감성과 욕망을 뜯어본 영상과 설치작업들이 등장한다. 토요일 열리는 미국 제칠일안식일재림교회의 예배 장면 영상과 케이블 방송 뉴스, 식품 광고의 영상 등을 병치해 종교와 세계화의 관계를 은유한다. 화요일의 영어 단어 ‘튜즈데이’의 어원이 북구의 전쟁과 승리의 신 티르에서 비롯했다는 점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동영상 <화요일>은 서로 대련하는 무술 선수들의 몸이 뒤얽히는 순간의 긴장감과 심미성을 강조하기도 한다. 단절의 시대인 지금, 인간의 감성, 욕망과 일상의 세부를 섬세하고 독특하게 읽어낸 해석의 힘이 느껴지는 전시다. 13일까지.
글·사진 노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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