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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이수영, 목소리? 음악의 방향? “꺾었어요”

등록 2006-02-01 17:07수정 2006-02-02 17:52

앨범 ‘그레이스’ 낸 이수영
이수영(27)의 목소리는 양날의 칼이다. 특유의 비음과 꺾기 창법은 어떤 노래에건 그의 인장을 확실히 새긴다. 하지만 개성이 곡을 압도해 그 노래가 그 노래처럼 만들어 버리기도 한다. 그가 최근 내놓은 일곱 번째 앨범 <그레이스>에는 이런 특징이 도드라진다.

물론 타이틀 노래인 ‘그레이스’는 이제까지 이수영표 발라드와는 다른 궤적을 그린다. 비트는 빨라졌고 분위기는 밝아졌다. 뜯어보면 곡마다 차이도 있다. 하지만 앨범 전체적으로는 기승전결이 또렷한 발라드와 트로트의 묘한 결합, 이른바 ‘이수영다움’의 메들리로 들리기도 한다. ‘정말 다 잊은 줄 알았는데’의 전주는 동양적인 선율의 옛 인기곡들을 떠올리게 한다.

창법이나 멜로디가 신선하지 않다는 의견에 대해 이수영은 이렇게 반론한다. “1집과 비교해 보세요. 성숙해졌다고 느끼실 거예요. 또 흉성, 두성, 어떤 것이건 한 소리만 냈다면 아마 1분도 못 돼 꺼버리셨겠죠. 여러가지 실험들도 담았어요. 그래도 제가 부르면 생경하기 보다는 익숙한 발라드로 들으시죠.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가수는 자기 색깔이 강해야 하니까요. 무슨 노래를 어디에 내놓 건 ‘메이드 인 이수영’이 돼야해요.” 그는 “내 정서의 밑자락은 외로움이고 목소리는 슬픔에 좀더 맞게 타고났다”며 “이번엔 나에게 어울리는 것들을 깔끔하게 정리해 담고 싶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래서 11곡 가운데 9곡의 노랫말도 그가 직접 썼다.

음악적 완성도에 대해서야 의견이 분분하더라도 비련의 주인공을 내세운 그의 애절한 노래들엔 옛 트로트가 그랬듯 세대를 뛰어넘어 감정을 건드리는 한국적 카타르시스가 있는 듯하다. 그는 한국 사람들의 보편적 지지를 받고 있는 몇 안 되는 가수다. 중·장년과 청소년의 음악적 취향 사이에 큰 골이 있는 현실에서 그의 존재는 각별하다. 50대 이상은 그의 낭랑한 비음에서 향수를 느낄 만하다. 힙합, 아르앤비, 댄스팝에 젖은 10대에겐 그의 노래가 신선했을 것이다. “제 목소리에는 과도기적인 느낌이 배있는 것 같아요. 트로트도 좋아하거든요. 또 진짜 아르앤비가 아니라 꺾는 기교 정도만 한국에 전해졌을 때 한창 음악을 들으며 목소리 색깔을 찾아갔어요.”

섹시함을 내세운 가수들 속에서 역설적이게도 그의 상대적으로 평범한 이미지는 놀라운 친화력을 발휘했다. 이 힘은 그를 대형가수로 키운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옆집 누이 같은 이수영은 1999년 데뷔 뒤 여러 가지 기록을 갈아 치웠다. 2년 연속 앨범 최다 판매량을 기록하더니 지난해까지만 300만장을 돌파했다. 이번 앨범은 나오기 전부터 선주문만 20만장이 몰려 다른 가수들의 앨범 결산 실적을 이미 올렸다.

노래방에서 녹음해 데모 테이프를 기획사에 보낸 고2 소녀가 여기까지 올라오는 동안 거의 기계적이리만치 앨범들을 내놨다. 7년 동안 베스트와 이번 앨범까지 합쳐 모두 11장이다. “비염과 천식이 있어요. 쓰러지기도 했죠. 가수로서 회의가 들 시간도 없게 일이 닥쳐왔어요. 그래서 제 의지대로 그림을 펼쳐 보인 이번 앨범은 새로운 시작이에요. 앞으로 중구난방 음악은 하지 않을 거예요.” 대중가수로 이미 정상에 선 그의 남은 꿈은 나훈아처럼 이수영의 이름으로 디너쇼를 펼치는 것이라고 한다. 그때까지 정체성과 변신, 목소리 결의 도드라짐과 스며듬 사이 만만치 않은 줄타기는 그가 풀어야할, 풀고 있는 숙제이기도 하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리쿠드엔터테인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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