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6.29 16:42
수정 : 2017.06.2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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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인민지원군과 한국 어린이들의 다정한 모습을 강조한 사진. 구이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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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냉전과 평화의 이미지’ 국제학술회의
한국전쟁 당시 중국쪽 사진 등 시각자료 눈길
여성·아이들 보살피는 ‘아저씨’ 이미지 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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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당시 인민지원군과 한국 어린이들의 다정한 모습을 강조한 사진. 구이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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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이미지가 늘 거칠고 잔혹하게만 드러나는 것은 아니다. 한국전쟁 때 ‘항미원조’를 내걸고 참전한 중국은 ‘아저씨’(중국어로 ‘슈슈’)를 ‘인민지원군’의 대표적인 이미지로 삼았다. 전쟁 당시 중국 쪽에서 만들어낸 포스터 등 시각 이미지들을 살펴보면, 한국인은 주로 여성이나 아이들로 등장하고 인민지원군은 이들을 보살펴주는 아저씨로 그려진다. 1951년 5월27일치 <인민일보> 1면에 인민지원군 병사가 한국인 아이를 안고 함께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이 실린 것이 대표적이다. ‘아저씨’ 이미지는 ‘평화’ 또는 ‘번영’의 이미지와도 연결되기 쉬웠다. 두 어린이의 환한 모습 아래에 ‘우리는 평화를 사랑해요’라는 문구가 들어간 포스터는 중국에서 1952년에 제작됐는데, 작은 엽서 형태로 무려 65만8000부나 발행됐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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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국전쟁을 대표할 정도로 인기를 끈 포스터. ‘우리는 평화를 사랑한다’고 쓰여 있다. 구이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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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냉전학회·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아트선재센터가 28일 서울대에서 연 ‘냉전과 평화의 이미지’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자로 나선 구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는 여러 시각 자료들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중국 인민지원군의 ‘아저씨’ 이미지를 제시했다. 그는 “한국인들에게 구원자로서 인민지원군의 이미지를 강조하면서도, 아버지의 지위를 위협하지 않는 방법으로 ‘아저씨’ 이미지가 부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당시 새 국가를 이룬 중국이 ‘아저씨’와 아이들의 유대관계를 통해 사회주의의 ‘평화’ 또는 ‘번영’ 이미지를 강조하고, 내부적으로는 이를 위협하는 세력에 대한 전쟁의 정당성을 주장했다고도 풀이했다.
이번 학술회의는 한국, 중국, 독일 등 냉전과 관련 깊은 지역의 예술가, 학자들이 한데 어울려 냉전이 어떤 시각 이미지로 형상화됐는지 등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한국전쟁에 대한 중국의 시각 자료는 그동안 접할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특히 관심을 모았다.
한국전쟁을 다룬 중국 쪽 시각 자료 가운데 대표로 꼽을 만한 것은 인민지원군의 촬영사로 활동했던 양전야의 ‘전화가 압록강변에 닿다’(1950년 11월8일)라는 제목의 사진이다. 압록강 너머 포연이 자욱한 풍경을 두 중국 군인이 바라보는 장면으로, “참전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중국예술아카데미의 가오추는 중국 공산당이 항일전쟁 때부터 촬영을 가장 중요한 선전과 문화의 도구로 활용해왔으며, ‘촬영훈련반’ 조직 등을 통해 양전야 같은 촬영사들이 키워졌다고 발표했다. 이들은 전쟁 과정에서 정치적 작업을 함께 수행했으며, 그 결과 “선전자와 예술가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갖게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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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지원군 촬영사였던 양전야가 찍은 ‘전화가 압록강변에 닿다’. 두 중국 군인이 압록강 너머 자욱한 포연을 바라보고 있다. 가오추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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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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