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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0 16:19 수정 : 2019.11.21 02:45

서울 서초동 대한민국학술원 전경. 학술원 누리집 갈무리

일괄 구매·배송 대행사로 교보 선정하며
정가 90%→60~75%로 납품가 인하 추진

출판사들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발상”
개별 계약 거부…학술원 항의 방문 계획

서울 서초동 대한민국학술원 전경. 학술원 누리집 갈무리

대한민국학술원(학술원)이 우수학술도서 구매 및 배송 방식을 바꾸자 출판사들이 손해를 보게 됐다며 반발하는 등 파행을 빚고 있다.

20일 학술원과 출판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학술원은 올해부터 우수학술도서 구매와 배송을 일괄 대행 체제로 바꿔 이달 초 교보문고를 대행사로 선정했다. 지난해까지는 학술원이 출판사들로부터 직접 책을 사들여 별도의 배송 업체를 통해 전국 대학 도서관에 보내 왔다. 학술원의 우수학술도서 선정 사업은 대중성이 없는 학술도서를 정부 예산으로 보급하는 학술진흥 정책이다. 올해 도서 구입 예산은 33억원, 대상 출판사는 130여곳이며, 도서는 300여 종, 10만여 권이다.

출판사들은 학술원이 아닌 교보가 도서 구매를 대행하면서 교보 납품가를 적용하려고 한다며 반발하고 있다. 학술원이 출판사들로부터 직접 책을 살 때는 도서 정가의 90%에 납품 계약을 맺었다. 교보 납품가는 출판사마다 제각각이지만 90%보다는 낮게 책정된다. 출판업계는 대체로 정가의 60~75% 정도라고 말한다. 학술원에 직접 납품할 때와 비교하면 최대 30%포인트까지 손해를 보는 셈이라는 게 출판업계 주장이다. 유통비용으로 산정된 비용이 따로 없기 때문에 납품가가 낮으면 낮을수록 교보는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이에 대해 출판업계는 예산 절감보다는 130여 출판사들과 개별 계약을 하는 일이 귀찮아 이렇게 바꾼 것 아니냐고 보고 있다. 박성경 출판인회의 유통정책위원장(도서출판 따비 대표)은 “지난해까지 별문제 없이 해왔던 사업을 자기들 편하자고 바꾼,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 발상”이라며 “우수학술도서 선정 취지가 학술 연구와 저술 활동에 대한 지원 및 진흥에 있는데, 그 예산의 상당액이 취지와 관련 없는 대형 서점에 돌아가는 게 문제”라고 비판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와 출판인회의는 개별 납품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의했고, 다음 주 초 학술원을 항의 방문할 계획이다.

이에 대해 학술원 관계자는 “해마다 (감독기관인) 교육부로부터 행정 효율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다. 도서 구매 금액 자체는 줄어들지 않았기 때문에 별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출판사들과 개별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구매 대상이 1권인 출판사도 학술원을 방문해야 하는 등 비효율적인 측면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또 “납품해야 할 도서가 정해져 있어서 아무리 시장 지배적 사업자인 교보라고 해도 ‘갑’의 위치가 아니다. 반발이 어느 정도 있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결국 출판사들이 원하는 수준에 맞춰 합의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필요하면 내년부터 원래대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교보는 교보대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교보 관계자는 “출판사가 주장하는 납품가 65%는 극단적인 사례 하나에 불과하고 평균적으로 정가의 80~85% 수준에서 납품이 이뤄지고 있다”며 “도서시장에서는 이례적으로 규모가 큰 정부 입찰이라서 참가한 것일 뿐이며, 애초부터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재성 기자 s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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