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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여행·여가

피지에서 스카이다이빙 “아”하는 감탄사 절로

등록 2012-06-13 15:31수정 2012-06-13 19:16

스카이다이빙 하는 모습
스카이다이빙 하는 모습
남태평양 피지에서 체험한 스카이다이빙
우윳빛 은하수의 밤풍경에 말을 잊었네
4.3㎞ 상공에서 고공낙하

다 놓아버렸다는 해방감

발밑에 펼쳐진 아찔한 땅과 바다 

청새치 잡이 실패하고

고개 들어 본 하늘에 펼쳐진

미칠 듯 아름다운 별들의 난장판

피지는 뉴질랜드 북쪽, 오스트레일리아 동북쪽 바다에 자리한 휴양 섬. 330여개의 섬으로 이뤄진 독립국가다. 허니문 여행지로 이름 높지만, 최근엔 다양한 레포츠활동과 자연·전통문화 테마 여행으로 각광받는다. 산호해변과 청정 숲, 순박한 주민들, 독특한 전통문화가 여행객을 끌어모으는 자원이다. 3박5일 일정으로 피지 섬의 이색 레포츠와 내륙 숲에 숨은 경관, 전통문화 한 자락을 체험하고 왔다.

4km 상공에서 짙푸른 바다로 몸을 던지다

“기분 어떤가. 준비됐나?” 조종석만 남기고 좌석을 뜯어내 공간을 넓힌 4인승 경비행기. 스카이다이빙 탠덤(2인승) 낙하 체험자 둘에 교관 둘, 비디오 촬영자까지 여섯명이 끼어앉은 비행기 안에서 교관 이언(25)이 물었다. 자신 있는 표정으로 웃어 보였지만, 손바닥에선 땀이 배 나왔다. 출발. 난디국제공항을 이륙한 비행기가 고도를 높여 갔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뛰어내리는 수밖에.

겁도 없이, 스카이다이빙 체험프로그램(고도 8000·1만·1만2000·1만4000피트) 중 가장 높은 고도 1만4000피트(4.3㎞)짜리 체험을 골랐다. 무려 1만피트(3㎞)를 시속 220㎞의 속도로 1분간 자유낙하한 뒤 낙하산(패러슈트)을 펴고 4~5분간 내려가게 된다. 낙하 시간이 3초 안팎인 번지점프도 안 해본 초짜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못 뛰겠다고 주저앉거나, 뛰어내리자마자 기절해버리는 건 아닐까?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전
스카이다이빙을 하기 위해 비행기에서 뛰어내리기 전
1만4000피트까지 고도를 높이는, 20분간의 비행시간은 정말 길었다. 낙하횟수 2900회 경력의 교관 이언은 손목에 찬 카메라를 움직여 사진 찍고 말을 걸며 긴장을 풀어주려 애썼다. 함께 체험에 나선, 앞에 앉은 ㅇ의 훤하고 잘생긴 이마에도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그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창밖을 보다가 뭐라고 중얼거렸다. 입 모양을 조합해 보니 이랬다. “아, ×× 괜히 탔네.” ㅇ이 누군가. 그 유명한 해병대 출신에, 그 혹독하다는 점프 훈련 2회에 빛나는, 성격 좋고 참을성 많은 ‘포커페이스’ 아닌가. 그가 안전교육 받던 자리에서 한 말이 떠올랐다. “초보자는 모른다. 경험자만이 그 두려움을 안다. 20년 전 낙하훈련을 앞두고 느꼈던 그 공포감! 그 느낌이 지금 엄습해온다.” ㅇ은 “군대에선 못 뛰겠다고 버티면 뒤에서 발로 차 떨어뜨린다”고 덧붙였다.

ㅇ과 쌍을 이룬, 낙하 경력 7000회에 빛나는 교관 팀(55)이 고도계를 보며 낙하 고도에 이르렀음을 알렸다. 방풍 고글을 쓰고 심호흡을 했다. 비행기 문이 열렸다. 순간, 굉음과 함께 거센 바람이 몰아쳐 들어왔다. 벨트와 고리로 연결된 교관 이언에 이끌려 다리를 문밖에 걸치고 발밑을 봤다. 아, 깊이 모를 청색 바다와 해안선, 자잘한 섬들이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였다. 너무 높아서일까. 두려움보다는, 자유롭게 허공을 날아보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솟았다. 정말 해보고 싶던 일 아닌가.

교관은 카운트도 없이, 연결된 두 몸을 창공의 바람 속으로 확 밀어넣었다. 낙하. 지푸라기 하나 잡을 것 없다는 허탈감, 그리고 다 놓아버렸다는 해방감이 동시에 몸을 감쌌다. 몸이 한바퀴 빙글 돌더니 눈앞에 바다와 땅이 펼쳐졌다. 등 뒤의 교관이 어깨를 두드렸다. 팔다리를 벌려 젖히고 머리를 들라는 신호다. 엄청난 공기 저항이 얼굴과 팔다리에 느껴졌다. 두려운 느낌은 사라졌다. 지상을 향해 서서히 항해하는 기분, 바람으로 가득 찬 세상에 떠서 헤엄쳐 나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푸른 바다와 초록 숲이 눈부신 대비를 이룬 지상의 색채에 “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입을 여는 순간, 강력한 바람이 파고들어 입이 마구 벌어졌다. 침묵하려 해도 입이 계속 나불댔다. 간신히 입을 닫았는데, 뒤에서 교관이 소감을 물었다. “정말 환상적이다.” 다시 입이 찢어질 듯 벌어지며 너덜거렸다.

이 순간을 충분히 즐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도 보고 발밑도 보고, 좌우로 휘둘러보고 자세히 바라보며 시속 220㎞의 추락을 즐겼다. 교관이 패러슈트를 편다는 신호를 보냈다. 한순간 온몸에 가벼운 충격이 전해지며 몸이 바로 세워지고 속도감이 급감했다. 200㎏ 이상의 중량을 견딘다는, 길이 6m짜리 줄들로 연결된 낙하산이다. 교관이 양손을 이용해 방향 조정을 해보도록 도와줬다. 이리저리 방향을 바꾸며 착지점으로 향했다.

땅에 가까워질수록 잊고 있던 두려움이 되살아났다. 거리감이 느껴지는 데서 오는 두려움도 잠시, 다리를 앞으로 한껏 들어올린 상태로 앞으로 질주하다 엉덩이로 털썩 주저앉았다. 착지 성공. 교관 이언이 “잘했다”며 엄지를 추켜올렸다. 잠시 뒤 ㅇ의 패러슈트가 착지했다. 활짝 웃으며 여유있는 표정이다. 그가 낙하 전 ‘공포감’을 조성한 건, 아무래도 초짜에게 긴장감을 심어주려 한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하늘을 날았다는 쾌감과 그 여운이 ‘찌리릿’ 온몸을 훑으며 지나갔다.

대어 잡으러 나섰다 만난 별의별 밤하늘 세상

피지의 가장 큰 섬인 비티레부 서쪽 해안도시 난디의 데나라우 항구에서 보트를 탔다. 인도계 선원 압둘이 말했다. “우리는 지금 엄청나게 큰 물고기를 잡으러 간다.” 트롤링낚시로 길이 1m가 넘는 청새치를 잡을 계획이다. 50분가량 거센 파도를 헤치고 도착한 ‘하트 섬’ 해역. 스쿠버다이빙·스노클링·서핑·낚시 등 해양레포츠 천국으로 불리는 피지군도 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해양 레저체험이 이뤄지는 곳이다.

[%%IMAGE3%]선원들이 배 뒤쪽 난간 구멍에 튼튼한 낚싯대들을 끼우고 거의 손가락 길이의 대형 낚싯바늘과 루어(가짜 미끼)를 달아 던졌다. 고기떼를 찾아 배를 계속 이동하며, 움직이는 미끼로 고기를 유혹하는 방식이다. 거세지는 파도를 넘으며 달리기를 1시간여. 멀리서 튀어오르는 커다란 물고기 두어 마리를 보았을 뿐 낚싯대는 감감무소식이다. 파도에 지친 일행은 하나둘 선실로 들어가 쓰러졌다. 기대했던 노을도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4시간 고생한 보람도 없이 대어의 꿈을 접었다.

줄낚시로 건진 손바닥만한 돔 몇마리 싣고 항구로 돌아가는 캄캄한 뱃길. 물에만 집중했던 시선을 모처럼 하늘로 돌렸다. 젠장! 왜 진작 머리를 들지 않았던가. 우윳빛 은하수를 배경으로 주먹만한 별들이 저마다 힘껏 빛을 발하고 있었다. 선장이 선실 안팎의 불을 껐다. 숨었던 별가루가 선명히 드러났다. 별들은 끈질긴 침묵만으로, 하늘을 얼마나 미칠 듯이 아름다운 난장판으로 만들 수 있는지를 알려주려는 듯했다. 일행은 말이 없었다. 한낮에 겨우 4㎞ 높이의 허공을 날며, 하늘을 얻은 듯한 착각에 빠졌던 게 한없이 부끄러웠다.

오프로드 동굴 투어와 폭포 트레킹

피지에서의 즐길거리가 해양레포츠만 있는 게 아니다. 원시림을 뚫고 걷고 달리며, 아름다운 피지의 자연과 생태 환경을 접할 수 있다. ‘오프로드 동굴 여행’과 ‘폭포 트레킹’. 두 가지 모두 자연과 한몸이 된 느낌으로 다녀오는 여정이다.

피지 본섬 비티레부의 남서쪽 싱카토카 마을에서 차로 1시간, 배로 싱카토카 강을 건너 4륜구동 오프로드 차량을 타고 험한 비포장 산길을 40~50분 달렸다. 세 집에 19명이 사는 산골마을 나이헤헤. 19세기까지 식인 풍습이 행해졌던 흔적이 남아 있다는 나이헤헤 동굴이 있는 곳이다. 마을회관에서 ‘카바 의식’(마을 방문을 허가하는 의식)을 치르고, 동굴로 향했다. 지난해 관광객에게 개방된 길이 170m, 최대 높이 50m의 천연동굴이다. 머리에 헤드랜턴을 쓰고 들어가야 한다. 허벅지까지 물에 잠기거나, 엎드리다시피 몸을 숙이고 지나야 하는 곳도 있다.

[%%IMAGE4%]석순·석주·종유석이 늘어선 동굴 한쪽, 종유석에 가려진 작은 공간이 검은 입을 벌리고 있었다. 상대 부족의 시신을 넣고 불을 때던 곳(식인종 오븐)이라고 한다. 동굴 안쪽엔 부족이 한해의 첫 수확 작물을 바치던 제례 공간도 있다. 여기서 한 주민이 소라고둥으로 만든 피리를 불었다. 신비로운 고음이 동굴에 가득 울려퍼졌다. 동굴을 안내한 주민이 호수처럼 고인 물을 가리켰다. “저 물밑에 수중 터널이 있다. 그 안으로 들어갔던 사람이 거기서 허벅지 굵기의 거대한 뱀장어를 만났다.”

폭포 트레킹도 인기다. 난디 부근 비아우세부 마을에서 울창한 숲길을 따라 40분쯤 걸으면 높이 40여m의 사부나마텔라야 폭포에 닿는다. 폭포 밑 커다란 물웅덩이에 몸을 담가 더위를 식히고 돌아오는 여정이다. 흙길이 부드러워 아예 맨발에 수영복 차림으로 걷는 이들도 많다. 길을 안내한 주민은 “임신 안 되는 여성이 여기서 목욕하고 가면 즉각 임신한다”고 자랑했다.

피지=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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