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기억의 시선
“파괴적인 경계를 중심으로 흙들이 뒤덮이고 이동하면서 무수한 흔적을 남긴다. 바다는 몸을 증발시켜서라도 끝까지 자신을 드러낸다. 거대한 흰 자국들이 바다의 웅장함을 대변하듯 끝없이 소금꽃을 피운다.”(<라이브 인 경기> 이재용 작가노트에서)
-<라이브 인 경기> 작업 주제는 어떤 것인가요?
“이번 작업은 2004년, 2010년, 2008년과 2018년도, 2020년과 2021년에 찍은 사진을 레이어드(layered)한 것입니다. 제가 중점적으로 생각한 것은 ‘변화들’입니다. 상황에 따라 지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들이 이루어내는 문제점은 무엇인지, 그러한 문제점들이 만들어내는 자연의 변화 등을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억이나 시간에 관한 작업을 해보려 했지요.”
-작업을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요?
“간척지를 개발하면서 생겨난 제방들, 제방과 바다의 경계들, 그리고 제방 안쪽에서 벌어지는 간척 이후의 지형 변화들을 중점적으로 살피며 촬영했습니다. 바다는 시간을 휩쓸어 삼킵니다. 1년 전 바다는 지금 바다와 같아 보이죠. 그래서인지 바다에 대한 기억은 특정 짓기 힘들고 대체로 피상적입니다. ‘거칠다’거나 ‘파랗다’거나 하는 식이지요. 바다에 가로놓인 거대한 둑은 바다의 시간을 드러내어 줍니다. 파괴적인 경계를 중심으로 흙들이 뒤덮이고 이동하면서 무수한 흔적을 남기고요.”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아무래도 드론을 실제로 날릴 때 풍향이나 풍속, 기후변화 등을 고려해야 했던 게 어려운 점이지요. 제 작업은 시간을 최대한 분절해 촬영하고 각각의 시간 기록을 다중 이미지로 겹쳐 하나의 이미지로 저장하는 방식을 택합니다. 중첩되는 이미지들은 서로 다른 시간이며 대상물의 외적인 변화로 구분됩니다. 이렇게 기록된 서로 다른 시간은 서로 다른 테두리(시간에 따른 변화)를 갖고 중첩되며 새로운 의미를 발생시킵니다.”

평택, 평택항. 이재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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