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욱-수원화성
“처음 왔을 때 행궁동의 시간은 1980년대 즈음의 언저리에 영원히 마법처럼 멈춰져 있는 듯했다. 근사한 문화유산과 시간이 멈춰진 살아 있는 박물관 같은 동네가 마냥 좋았다. 구불구불 익숙한 골목길, 알록달록한 담벼락, 낡은 간판들…. 언젠가부터는 고려말 조선 초 높은 벼슬을 마다하고 이곳에 정착해 팔달산 산책을 즐겼던 학자 이고(李皐) 선생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 수원화성과 팔달산은 일년에 네 번이 아니라 보름마다 한번씩 새로운 계절로 다시 태어난다. 여전히 나에겐 특별하다.”(<라이브 인 경기> 강제욱 작가노트에서)
-<라이브 인 경기> 작업의 주제는 무엇인가요?
“최근에는 환경을 주제로 사진 작업을 계속 하고 있는데요. 외국에 나갔다 돌아왔을 때 항상 절 반겨주는 동네가 바로 제가 살고 있는 수원 화성이었던 거 같아요. 그 수원 화성을 거닐면서 느낀 감정들, 사람들, 사물들, 풍경들을 담담하게 담아낸 작업입니다. 이 작업은 이번 프로젝트 기간 동안에만 진행된 게 아니라 지난 12년간 살면서 기록했던 사진과 최근 보완하는 작업들로 구성될 예정입니다.”
-작업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은 무엇일까요?
“처음 수원 화성에 있는 행궁동에 와서 사진을 찍을 때는 문화유산 자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수원 화성이라는 유네스코 문화유산을 계절별로 아름답게 잘 기록하겠다, 제가 살고 있는 잇점을 활용해 제대로 된 작업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차원에서 시작된 작업이었어요. 처음에는 문화유산으로만 바라보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성벽 안에 사람들이 살고 있는 풍경을 만나게 됐어요. 그래서 사람, 풍경, 골목길, 화분 등 마을을 이루는 다양한 주체들과 소통하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기록하는 작업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작업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으신가요?
“최근에 이 동네가 빠른 속도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행리단길’로 불리며 굉장히 뜨거운 관광지가 돼 가고 있어서 매일매일 완전히 새롭게 바뀌는 풍경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메모를 해가면서 매일 기록을 해나가고 있는데 미처 기록하지 못하고 지나쳐가는, 빠르게 변해가는 풍경들이 많다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수원화성, 서북공심돈. 강제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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