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보고서
“최악 상정한 대응훈련 필요”
“최악 상정한 대응훈련 필요”
#1. 일본 도쿄전력은 일본의 원전신화를 창출한 주역으로 국민의 사랑과 존경을 받아왔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이미지가 반전돼 원전신화도 조작된 것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고 뒤 도쿄전력의 주가는 80% 폭락했고, 무디스는 도쿄전력의 신용등급을 5단계나 낮췄다.
#2. 타이레놀 독극물 유입 사건이 발생했을 때, 존슨앤존슨은 미국식약청(FDA)의 요구보다 더 빠르게 움직였다. 특히 회사의 손실보다 고객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 의심 가능성이 있는 것까지 모두 폐기하고, 보상했다. 그 결과 엄청난 대가를 치뤘음에도, 이후 존슨앤존슨과 타이레놀은 가장 신뢰받는 기업과 약품으로 거듭났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일 ‘최고경영자(CEO)가 주목해야 할 4대 리스크’란 보고서를 내어, 최고경영자들에게 리스크(위험)에 주목할 것을 주문했다. 도쿄전력과 존슨앤존슨의 사례에서 보듯, 리스크에 대한 최고경영자의 주목 정도에 따라 위기 대응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위기 대응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홉번을 잘하고도 한번의 실수로 기업의 명성과 가치가 추락하고, 파산하거나 서열 및 경쟁판도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또“기업 생태계, 소통, 사회적 책임, 원자재 등에서 예상치 못한 리스크가 발생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며 “평소 최고경영자가 리스크 관리의 보루이자 최종 책임자를 자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리스크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평상시 경영활동은 조직 내 제도와 시스템에 따라 수행될 수 있다. 하지만 위기 때는 평상시 규정과 자원 배분의 틀을 넘어서는 파격적인 결단이 요구된다. 보고서는 특히 소셜미디어의 대중화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셜미디어의 등장으로 리스크의 확산 속도가 빨라진 만큼 기업의 대응속도도 그에 걸맞게 빨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위기 대응을 잘 하는 방법으로 “사회적 책임과 윤리 측면에서 정부, 엔지오, 소비자의 기대치보다 엄격한 기준을 채택하고, 보상 범위와 수준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한창수 수석연구원은 “공군 조종사는 평소 고도의 훈련을 받는데도 실제 전투상황에서는 긴장감으로 인해 능력의 절반밖에 발휘하지 못한다”며 “기업도 위기 대응을 잘 하기 위해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작셩해 최소 해마다 한차례 정도는 대응 훈련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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