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상하이차 계약 놓고 노사 시각차
쌍용자동차 노사가 대주주인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라이선스 계약을 놓고 서로 엇갈린 해석을 내리고 있다. 노조 쪽은 ‘기술유출’로 보고 있고, 대주주와 경영진은 ‘기술이전’이라고 주장한다.
문제의 계약은 지난 6월 쌍용차와 상하이차간에 맺어졌다. 쌍용차가 상하이차에 10년 동안 카이런 가솔린모델의 제조기술을 제공하고, 이 기술을 응용한 변형모델과 부품의 제조 및 유통권리도 넘긴다는 내용이다.
이를 두고 노조는 “상하이차가 쌍용차를 인수할 때부터 노려왔던 ‘기술 빼가기’가 구체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강력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투기자본감시센터가 지난 11일 이 계약을 승인한 이사들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노조도 이번주 관련 임원과 간부들을 고발하기로 했다.
노조 관계자는 “상하이차 파견이사들이 지난해 중순부터 카이런의 핵심부품 설계도를 가져가 중국 현지업체들에 유출한 증거 자료들을 확보했다”면서 “이는 라이선스 계약 이전에 벌어진 일이기 때문에 별개 사안으로 고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관계자는 “노조가 확보한 자료들은 지난해 카이런의 중국 현지 합작생산 계획을 검토하면서 견본으로 줬던 일부 부품의 설계도면으로 핵심기술이라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상하이차와의 라이선스 계약과 관련해서도 “내수시장에서만 활용되고 있는 기술로 중국에서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회사를 더 키울 수 있는 방안”이라며 ‘경영상의 판단’임을 강조했다.
기술유출 논란에는 노사 양쪽의 근본적인 시각차이가 배경에 깔려 있다. 회사 쪽은 판매 기반을 중국 현지로 넓히려면 상하이차에 어느 정도 기술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보는 반면, 노조는 대주주가 기술만 흡수한 뒤 자본을 철수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11일부터 전면 파업에 들어간 노조는 16일부터 전 조합원이 평택공장에 모여 무기한 농성에 들어간다.
박순빈 기자 sbpar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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