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 출범 9돌을 맞아 지난 7일 부산공장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가운데)과 신희철 사원대표위원장(위르띠제 사장 오른쪽) 등 임직원들이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르노삼성 제공
SM3 돌풍 힘입어 올 내수판매 9년만 최대 실적
이질적 문화 융합·고효율·질적성장 추구가 비결
이질적 문화 융합·고효율·질적성장 추구가 비결
지난 7일 부산공장에서 열린 르노삼성 출범 9돌 기념행사는 축제분위기였다. 장 마리 위르티제 사장은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최선을 다해 준 전 임직원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는 말을 연발했다. 르노삼성은 지난 7월 ‘뉴 에스엠3’의 돌풍에 힘입어 내수판매 1만3656대를 기록해 출범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8월에도 1만726대를 팔아 내수시장 점유율을 지난해 10.0%에서 11.8%로 끌어올렸다. 비슷한 시기에 외국 회사에 팔린 지엠대우나 쌍용차가 고전하고 있는 것과는 천양지차다. 생산 차종이 달랑 4종뿐인 ‘작은 고추’ 르노삼성이 이처럼 고속으로 질주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출범 첫해인 지난 2000년 르노삼성의 내수 한 달 평균 판매량은 3138대였다. 하지만 이제는 매달 1만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내수뿐만이 아니다. 2000년 192대로 총판매 비중 1.5%에 불과했던 수출은 지난해 9만5043대로 비중이 48.2%까지 치솟았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의 생산기지로 본격적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이야기다.
르노삼성은 이런 경쟁력의 비결을 자신만의 독특한 기업문화에서 찾는다. 르노삼성은 프랑스의 르노, 일본의 닛산, 한국의 삼성자동차가 합쳐진 회사다. 이질적인 세 나라의 기업 문화가 융합돼 새로운 기업 문화를 만들어 냈다는 것이다. 특히 양적 팽창과 빠른 성장보다는 완벽을 기하고 질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프랑스식 기업 정서를 바탕으로 한 것이 여느 기업과는 다른 점이라고 회사 쪽은 강조했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위르티제 사장은 어떤 달에 판매가 쑥 늘어났다고 직원들을 칭찬하는 법이 없다”며 “대신 시장점유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느냐는 장기적인 경영성과에 관심을 집중한다”고 말했다. 전 부서가 수평적인 관계 속에서 자유로운 의사 토론을 하는 ‘크로스’ 기능도 경쟁력을 높이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자동차산업 전문가들은 르노삼성차 경쟁력의 핵심을 뛰어난 생산 기술에서 찾는다. 현영석 한남대 교수(경영학)는 “생산설비가 최신식인 데다 노동자들이 젊다는 것이 경쟁력의 비결”이라고 말했다. 르노삼성은 한 라인에서 플랫폼(차 뼈대)이 각기 다른 4종의 차량을 한꺼번에 생산한다. 생산의 유연성이 높지 않고서는 품질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경영학)는 “미세한 작업에 강하고 잘 정리된 닛산의 생산기술을 들여왔기 때문에 생산효율이 높다”며 “노사관계가 안정돼 있어 경영진이 미래 전략에만 몰두할 수 있는 점도 강점”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찮다. 르노삼성이 아직까지는 차량개발 기능보다는 생산기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용대인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르노-닛산의 기술을 들여오는 것은 개발 비용을 줄이면서 검증된 차량을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종속변수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단점도 가진 양날의 칼”이라며 “플랫폼이 닛산차에서 르노차로 넘어가는 과도기이기 때문에 아직 독자적인 브랜드 정체성을 만들지 못했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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