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은 소형차의 천국이다. 23일 아침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주택가에 소형차들이 줄지어 주차돼 있는 모습.
친환경차 보조금 힘입어 신차 10대 중 4대가 소형차
현대차 i시리즈 선전 돋보여…올 33만대 판매목표
현대차 i시리즈 선전 돋보여…올 33만대 판매목표
세계 최대의 모터쇼가 한창인 자동차의 도시,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의 문을 나서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역시 즐비하게 늘어선 차량이었다. 메르세데스벤츠, 베엠베(BMW), 폴크스바겐 등 유럽 최고의 자동차회사들을 탄생시킨 독일은 예전부터 자동차가 많기로 유명한 나라다. 그런데 무엇보다 작은 차들이 부쩍 늘어난 것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6월 기자가 독일 출장을 왔던 때와 비교해 봐도 작은 차가 훨씬 많아 보였다.
이런 경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유럽 전체 승용차 판매에서 경차급인 에이(A)세그먼트(차량 크기와 가격으로 나눈 차량 등급)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7년 7.1%에서 지난해 9%, 올해 상반기 12.7%로 빠르게 늘고 있다. 소형차급인 비(B)세그먼트까지 더한 판매 비중은 지난해 35%에서 올해 상반기 41.8%로 껑충 뛰었다. 신차 10대 중 4대가 소형차나 경차인 셈이다.
이것은 유럽 국가들이 실시하고 있는 친환경 차 인센티브 덕분이다. 독일의 경우 오래된 중·대형차를 폐차하고 연비가 높은 소형차를 구매할 경우 최대 2500유로(440만원)까지 보조금을 지급해 준다. 그 덕분에 독일은 올해 지난해 대비 26.8%나 자동차 판매가 늘어났으며 그중 상당수가 시(C)세그먼트(준중형차) 이하 작은 차들이다. 시세그먼트 이하 판매 비중은 63.7%에 달한다.
자동차 업체별로도 소형차에 얼마만큼 강점이 있는지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8월까지 유럽 판매량을 보면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해 대비 2.0% 하락으로 선전하고 있고 소형차만 파는 피아트그룹은 1.1% 늘어났다. 이에 견줘 베엠베는 -20.3%, 메르세데스벤츠는 -18%, 도요타는 -12.6% 등으로 성적이 안 좋다. 가장 엄청난 실적을 보이고 있는 회사는 현대차다. 현대차는 8월까지 22만935대를 팔아 지난해 대비 19.8% 늘어났다.
이는 현대차가 2007년부터 내놓은 중소형 유럽전략 차종인 아이(i)시리즈가 적시에 시장에 진입한 덕이다. i30(사진)는 8월까지 지난해보다 27% 늘어난 5만8992대, i20(소형차)는 3만5307대, i10(경차)은 7만543대가 팔렸다. 특히 i10은 지난해보다 두 배 이상 판매가 늘었다. 전체 판매에서 중소형차(시세그먼트 이하)가 차지하는 비중은 82.9%에 이른다. 프랑크푸르트 인근 뤼셀스하임의 현대차 딜러 한스 페터 괴레스는 “우리 딜러점만 해도 현재까지 작년 연간 판매 수준인 500대에 육박하고 있으며 특히 i30의 인기가 높다”며 “i10도 공급이 부족해 못 파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이런 실적 호조를 바탕으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33만6000대의 공격적인 올해 판매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는 판매 신장을 위해 i30의 파생모델인 ‘스포티 팩’과 ‘블루 디젤’ 모델을 추가로 출시하고 i10과 i20의 광고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싼타페 부분변경 모델을 올 4분기에 투입하고 내년 초에는 투싼 아이엑스(ix)도 출시해 판매가 부진했던 스포츠실용차(SUV) 부문에서도 신차효과를 노린다.
현대차의 승승장구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다른 회사들이 소형차 공급과 마케팅 강화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폴크스바겐은 신형 폴로를 증산하기로 했으며 도요타는 프랑스 공장에서 야리스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오펠도 연말에 시세그먼트인 신형 아스트라를 내놓는 등 비·시세그먼트에서 격전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프랑크푸르트/글·사진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소형차 천국’ 유럽에 부는 현대차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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