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바루 레거시’
‘스바루 레거시’ 타보니
“이거 어디 차예요?”
스바루 레거시를 시승한 주말 내내 차를 본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이다. 레거시라는 차 이름을 제쳐두고라도 스바루 브랜드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이름을 말해줘도 반응은 특별히 바뀌지 않는다. “그런 차도 있어요?”
나만 해도 스바루란 이름을 처음 본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이었다. 그가 모는 차가 스바루의 소형차이고 사람들이 차를 안 바꾸느냐는 질문을 많이 하지만 바꿀 생각이 전혀 없다는 내용이었다. 스바루가 어떤 차인지 제대로 알게 것은 자동차 업계 취재를 담당하고 난 뒤의 일이다. 알고 보니 스바루는, 많지 않은 숫자이지만 열혈팬이 있는 독특한 브랜드였다.
스바루의 가장 큰 특징은 역시 수평대항 박서엔진과 4륜 구동이다. 피스톤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박서엔진은 포르셰와 스바루만이 차량에 적용하고 있다. 무게중심이 낮아서 독특한 승차감을 준다는 특징이 있다.
실제로 스바루의 중형세단 레거시를 몰아보니 역시 무게중심이 낮아서 차가 바닥에 가라앉는 느낌이 강했다. 승차감이 매우 안정적이라는 말이다. 브이(V)형 엔진에 소음과 진동에 유리하다는 박서엔진의 특징도 느낄 수 있었다. 시승한 차가 3.6 모델이니만큼 힘은 부족함이 없었다. 강하면서도 안정적이니 승차감은 흠잡을 데가 없다. 3.6 모델은 최대출력 260마력에 최대 토크 34.1㎏·m, 2.5 모델은 최대출력 172마력에 최대 토크 23.5㎏·m의 성능이다. 연비는 2.5가 11.2㎞/ℓ, 3.6이 9.1㎞/ℓ다.
차량의 서스펜션 세팅은 상당히 부드러운 편이었다. 역시 일본 차의 느낌을 준다. 박서엔진과 4륜 구동이라는 재원만 듣고는 터프한 근육질의 차량이라고 상상했는데, 실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국내 소비자들은 유럽식의 단단한 차보다는 부드러운 승차감을 더 좋아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판매에는 유리할 것 같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조금 더 단단했더라면 운전하는 재미가 훨씬 컸겠다 싶다.
디자인은 차 내부와 외부를 가릴 것 없이 독특하다거나 한눈에 끌어당기는 포인트가 부족하다. 무난하기 이를 데 없는 디자인이라 심심한 감이 있다. 내부 디자인도 고급스런 느낌을 주기는 하되, 재미는 떨어지는 편이다.
올해 초 출시를 앞두고 스바루 코리아가 연 스키장 시승회에서도 레거시를 한차례 몰아본 적이 있다. 당시 일반 세단이었으면 달릴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의 눈길도 큰 무리 없이 달리는 것에 상당히 감탄했다. 곧 닥칠 장마철 빗길도 눈길 못잖게 미끄럽고 운전하기 힘들다. 상시 4륜 구동의 진가는 다른 차가 도로에서 힘겨워할 때 비로소 드러날 것이다.
비록 사람들이 어떤 차인지 곧장 알아보지 못하는 게 조금 속상할 수도 있겠지만, 남들과 다른, 독특한 느낌의 차량을 몰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라면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가격은 2.5가 3690만원, 3.6이 4190만원으로 혼다 어코드나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등 경쟁 수입차보다는 조금 높다. 그래도 4륜 구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가격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비록 사람들이 어떤 차인지 곧장 알아보지 못하는 게 조금 속상할 수도 있겠지만, 남들과 다른, 독특한 느낌의 차량을 몰아보고 싶은 사람에게라면 충분히 추천할 만하다. 가격은 2.5가 3690만원, 3.6이 4190만원으로 혼다 어코드나 도요타 캠리, 닛산 알티마 등 경쟁 수입차보다는 조금 높다. 그래도 4륜 구동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할 수 있는 가격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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