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홍색 자동차까지…도로에 단풍들겠네
색상 갈수록 다양·화려해져
핑크색 마티즈 호응도 높아
90%는 여전히 무채색 선호
핑크색 마티즈 호응도 높아
90%는 여전히 무채색 선호
모나코 핑크, 테크노 오렌지, 라임 트위스트….
알 듯 모를 듯 알쏭달쏭한 이 색깔들은 뭘까? 뉴욕컬렉션이 선정한 올해 가을·겨울(F/W) 유행색일까? 이 색깔들은 바로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새롭게 선보인 차량 색상이다. 최근 들어 새롭고도 독특한 색깔을 입힌 차량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검거나 희거나 회색인 무채색 차량들로만 빼곡했던 도로가 화려하게 물들고 있다.
■ 화려해지는 차량 색상 지엠(GM)대우는 최근 2011년형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를 출시하면서 ‘모나코 핑크’ 색상을 추가했다. 은은한 진주 느낌이 가미된 연분홍빛의 ‘모나코 핑크’는 국내 차량 최초로 공식 색상으로 선정된 핑크색이다. 핑크색이 과연 차량에 어울릴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지난 4월 열린 부산모터쇼에 쇼카로 전시된 핑크색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는 특히 여성관람객들에게 큰 호응을 받았다. 여기에 용기를 얻은 지엠대우는 결국 국내 최초의 핑크색 차량을 선보였다.
젊은층이 많이 찾아 파격적인 색깔을 선택하기가 상대적으로 쉬운 경차가 아니더라도 국내 차량의 색상은 점점 더 다양화되는 추세다. 가족형 세단의 대표주자인 현대자동차 쏘나타가 광고에서 새빨간 차를 선보이며 화려한 색감을 강조한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쏘나타는 ‘레밍턴 레드’(빨간색), ‘블루블랙’(푸른색), ‘에스프레소’(갈색) 등 다양한 색상을 채택했다. 기아자동차는 스포티지아르(R)를 출시하면서 ‘테크노 오렌지’ ‘일렉트로닉 옐로’ 등 6가지 새로운 색상을 개발해 적용했다.(위 사진)
■ 색상 선정은 전문팀이 결정 각 업체들은 차종별 전략색상을 개발하기 위한 전문적인 컬러팀을 꾸리고 있다. 이들은 평소에도 색깔에 파묻혀 살면서 어떤 색깔이 소비자들에게 호응을 얻을지만을 연구하는 사람들이다. 보통 자동차 색상 개발은 2년 넘게 걸리는 자동차 개발 이전 단계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트렌드를 앞서가는 게 중요하다. 컴퓨터 작업을 통해 디자인과 가장 어울리는 색상을 선정하는 작업 뒤에는 도료를 제공하는 협력업체 연구팀과 도료를 배합하여 원하는 색상을 찾는, 수백번에 이르는 지루한 작업이 뒤따른다. 좋은 색상을 찾았다고 해도 곧바로 자동차에 입힐 수 있는 것은 아닌다. 대량 생산에 적당한 색상인지 생산 기술팀의 검토를 거쳐야 된다. 전착(내부식성을 높이는 도료를 바르는 공정)→중도(흔히 프라이머라고 부르며 도료가 잘 붙게 하는 밑칠 작업)→상도(색상을 입히는 공정)→클리어(광택을 내고 내구성을 높이는 공정)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도장작업 중 한 군데라도 삐끗하면 제대로 된 색깔이 나오지 못하기 때문이다.
■ 아직까지는 무채색이 대세 물론, 자동차 업체들이 다양한 색상을 선보이려 애쓰고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무채색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자동차 판매 중 검정·흰색·은색·회색 등 무채색의 선택 비율은 90% 수준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회사들은 새로운 색상의 개발보다는 무채색의 세련화에 몰두하고 있다. 진주(펄) 느낌을 첨가한 ‘펄 블랙’이나 제네시스, 투싼, 쏘나타 등에 적용된 ‘하이퍼 메탈릭’(은색) 등으로 무채색을 변주하는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사정이 조금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들은 차량의 색상으로 자신의 개성을 드러내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주 소비층인 경·소형차에서 유채색 선택 비중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마티즈 크리에이티브의 경우, ‘아이슬란드 블루’(파란색)의 채택 비율이 21.7%에 이른다. 지엠대우 젠트라의 경우도 ‘플레임 레드’(빨간색)의 비중이 14%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사진 각 회사 제공
위부터 ‘모나코 핑크’ 마티즈, ‘레밍턴 레드’ 쏘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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