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의 전자장비부품 전문공장인 충북 진천공장에서 한 여성 노동자가 전장품 회로기판에 이상이 없는지를 자동검사해주는 작업을 살펴보고 있다. 정전기가 발생하면 안되기 때문에, 공장 안에서 직원들은 모두 팔목에 정전기 방지용 팔찌를 끼고 일한다. 현대모비스 제공
차선·차간거리 유지 등 국내독자 기술개발 주력
“IT와 융합 늘것”…생산라인 반도체공장과 비슷
“IT와 융합 늘것”…생산라인 반도체공장과 비슷
현대모비스 진천공장 가보니
‘삑삑~’. 시속 50㎞ 이상으로 달리던 승용차가 오른쪽 차선을 넘어서자, 경보음과 함께 운전대가 스스로 차의 방향을 왼쪽으로 바꿔줬다. 차량에 달린 카메라가 도로 위 차선의 색깔을 인식해, 졸음운전 등으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방지해주는 시스템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하고 있는 ‘차선 유지 도움장치(LKAS)’다. 이 장치는 현재 일부 수입차와 국내 고급차종에 적용되는 경보음 기술에 현대모비스의 조향제어기술을 더한 것으로, 2013년 시판될 예정이다.
지난 8일 현대모비스는 경기도 화성 자동차성능연구소 주행시험장에서 국내 독자기술로 개발하고 있는 여러 첨단기술을 선보였다. 운전자가 4~200m까지 앞차와의 간격을 설정하면 레이더 센서를 통해 이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차간거리 제어장치’(SCC), 2012년께 국내 장착이 의무화될 ‘타이어 공기압 감시장치’(TPMS) 등이 대표적이다.
신영철 선행기술 담당 전무는 “자동차에서 전자장비부품(전장품) 비중이 40%에 이를 만큼, 자동차부품산업이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현대모비스는 2020년까지 정보기술(IT)과 융합한 전장부품, 모듈, 친환경 핵심부품 등을 3대 주력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올해 3500억원선인 연구개발비도 2015년 6500억원으로 늘린다.
충북 진천공장은 이런 첨단 전장품 생산의 심장부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현대오토넷과 합병하면서, 차선이탈경보장치를 비롯한 전장품 연간 550만대, 오디오 110만대 생산능력을 갖춘 이곳을 자동차 전자화사업의 핵심기지로 정했다.
면적 5만3000㎡(약 1만6000평)의 건물 안은 마치 반도체 생산라인처럼 외부 불순물의 유입을 엄격하게 통제했다. 깨알만한 전자칩들이 복잡한 회로기판 위에 삽입되는 탓에 ‘정전기 방지’는 필수다. 정전기가 발생하면 납땜 불량이 생길 수 있어서다. 안에는 특수처리된 웃옷과 신발을 착용하고 몸 안의 정전기 양을 측정한 뒤에야 들어갈 수 있다. 직원들은 머리 높이 위 전선에 연결된 하늘색 정전기 방지용 팔찌를 끼고 일한다. 공장 안 습도를 40~60%로 유지하기 위해 곳곳엔 열대어를 기르는 어항과 화분들이 놓여있다.
지난해 독일 다임러벤츠사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지능형 배터리 시스템’(IBC) 등이 이처럼 세밀한 관리 속에 생산되고 있다. 계열사인 현대·기아차의 울타리를 넘어, 독자 수출로 활로를 뚫으려는 셈이다. 진천공장에선 “10년 후 세계 최고의 전장부품 기업으로 발돋움하겠다”는 현대모비스의 희망이 움트고 있었다.
화성·진천/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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