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주 나오는 얘기가 있습니다. ‘국산차보다 저렴한 수입차!’ ‘2000만원대 수입차!’ ‘이제는 가격이 역전되었으니 국산차의 입지가 점점 좁아질 것이다…’ 자극적인 문구로 주의를 끌기도 하죠. 다른 얘기도 있습니다. ‘2천만원대 수입차 생각보다 안팔린다’라는 얘깁니다.
어느 게 맞는 것 같습니까? 제가 확인한 것으로는 후자입니다. 올해 7월까지 판매된 5만대에 근접한 수입차 판매대수 중 2000만원대 수입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고작 1.2%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시나요?
이런 얘기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2000만원대 수입차 ‘돌풍’이라는 기사들을 보고 직접 그 돌풍의 주역들을 만나 보았습니다. 비공식적으로요… 수입차 구매자인 것처럼 하면서 강남에 위치한 전시장들을 둘러 보았죠.
일단 그 돌풍의 주역이라는 차들의 면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국산차와 비교해 상품성이 높으냐면, 그렇지도 않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3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인데 차량 성능이나 편의장비는 천만원대 국산차와 다르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흔치 않은 차를 탄다는 자부심, 그래도 “꼭 외제차”라는 생각이 가득한 사람이 아니라면 천여만원이 넘어가는 프리미엄을 지불하면서까지 구입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라는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판매 현장을 직접 둘러본 뒤 2000만원대 수입차에 대해 생각하면서 느낀 것은 소비자들의 선택은 냉혹하다는 것입니다. ”외제차”라는 프리미엄이 통하지 않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요즘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수입차 모델은 벤츠 E시리즈와 BMW 5시리즈입니다. 많이 팔리는 신형 528이 7천만원에 육박하는 가격이지만 이 모델 하나의 월간판매량이 2000만원대 수입차 전체의 7개월 판매량과 비슷합니다.
7천만원이라는 엄청난 가격에도 불구하고 그 가격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국산차가 드물기 때문이겠죠. 품질과 성능이 좋고 브랜드가 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게 ”외제차 프리미엄”의 실제 모습이겠죠.
2000만원대 가격으로 승부할 수 있는 수입차 세그먼트(등급)는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입차이기는 하겠지만 프리미엄 차라고 할 수는 없겠죠. 이 가격대는 수입차 가운데서도 실용성이 더 비중을 차지하게 됩니다. 즉 이코노미카, 저렴한 대중차 부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세그먼트에서 수입차=프리미엄 차라는 등식은 이해하기 어려운 등식입니다.
이 세그먼트에서는 국산차(현대/기아, 지엠대우, 르노삼성)의 경쟁력이 만만치 않습니다. 현대기아의 소형, 준중형, 중형 간판모델은 연 판매량 600만대를 바라보고 있고 지엠대우 소형차도 다른 이름으로 유럽, 중국에서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국산차들도 국내에서 수입차를 보는 꼭 같은 시각으로 해외에서 비쳐진다면 참 재미있는 현상이 벌어질 것으로도 생각됩니다.
물론 차라는 것이 그냥 경제성이나 실용성만 따져 소비되는 것은 아닙니다. 차를 단순한 탈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도 많죠. 국산차의 라인업만이 국내에서 획일적으로 소비되는 그런 풍경을 생각하면 좀 끔찍스런 측면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차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국산차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층도 만만치 않음을 봅니다. 그런데 요즘 2000만원대 수입차에 관한 얘기들은 이런 다름, 차별성, 개성의 차원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이런 욕구를 가진 분들도 소비는 결국 그 취향 내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지게 마련인데, 그 소비가 외제차=프리미엄 차라는 비합리적인 오해나 편견과 혼동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물론 2000만원대 수입 외제차가 국산차에 위협적이라는 얘기를 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뜻이 담겨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국산차에 대한 분발을 촉구하려는 뜻도 있겠죠.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눈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뜻,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도 수입차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는 뜻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은근히 수입차=프리미엄 차라는 정확하지도 않은 선입견을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국산차의 품질이 문제가 있는데 가격까지 이렇게 비슷해지니 앞으로 국산차가 곤경에 처할 수 있지 않겠냐는 식입니다. 수입차 하면 무조건 프리미엄차를 연상하는 일부의 그런 선입견은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2000만원대 수입차의 판매 현실을 보면 국내 소비자들도 이미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 모델들이 국내에서 ’수입차 프리미엄’을 업으려 하는 것이 쉽지도 않고 잘 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고 있지 않습니까?
[카페테리아(Carfeteria) 원문보기]
물론 차라는 것이 그냥 경제성이나 실용성만 따져 소비되는 것은 아닙니다. 차를 단순한 탈 것으로만 생각하지 않는 소비자도 많죠. 국산차의 라인업만이 국내에서 획일적으로 소비되는 그런 풍경을 생각하면 좀 끔찍스런 측면도 있습니다.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는 차를 소비하고자 하는 욕구도 분명히 존재하니까요. 국산차에 만족하지 못하는 소비자층도 만만치 않음을 봅니다. 그런데 요즘 2000만원대 수입차에 관한 얘기들은 이런 다름, 차별성, 개성의 차원에 대한 얘기가 아닙니다. 이런 욕구를 가진 분들도 소비는 결국 그 취향 내에서 합리적으로 이뤄지게 마련인데, 그 소비가 외제차=프리미엄 차라는 비합리적인 오해나 편견과 혼동되는 경우가 자주 있습니다. 물론 2000만원대 수입 외제차가 국산차에 위협적이라는 얘기를 하는데에는 여러가지 뜻이 담겨 있으리라 짐작됩니다. 국산차에 대한 분발을 촉구하려는 뜻도 있겠죠. 더욱 노력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수입차에 눈을 돌릴지도 모른다는 뜻, 그리고 소비자들에게도 수입차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는 뜻이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반대로 은근히 수입차=프리미엄 차라는 정확하지도 않은 선입견을 주는 효과도 있습니다. 국산차의 품질이 문제가 있는데 가격까지 이렇게 비슷해지니 앞으로 국산차가 곤경에 처할 수 있지 않겠냐는 식입니다. 수입차 하면 무조건 프리미엄차를 연상하는 일부의 그런 선입견은 옳지도 바람직하지도 않습니다. 2000만원대 수입차의 판매 현실을 보면 국내 소비자들도 이미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 각지에서 인기를 얻지 못한 모델들이 국내에서 ’수입차 프리미엄’을 업으려 하는 것이 쉽지도 않고 잘 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 이미 입증되고 있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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