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자동차 재협상’ 시장 영향
자동차 협정 ‘불평등 심화’
미국차는 4% 관세율 적용돼도 240억 부담뿐
에어백 등 안전·환경기준도 미국에 일방 유리
미국차는 4% 관세율 적용돼도 240억 부담뿐
에어백 등 안전·환경기준도 미국에 일방 유리
한국과 미국 두 나라가 합의에 이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는 기본적으로 미국의 ‘자동차산업 일병 구하기’ 작전이 거의 완벽하게 성공했음을 보여준다. 2007년 협상 타결 당시 정부는 자동차 분야를 한-미 자유무역협정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자랑해왔으나, 이번 합의를 통해 국내 완성차 업체가 누릴 수 있는 기대이익이 상당 부분 줄어드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국내 자동차업계가 추가적으로 물어야 할 비용 부담도 꽤 늘어날 가능성이 아주 높다.
■ 최소 6000억원 관세 혜택 사라져 두 나라가 배기량 3000㏄ 이하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미국 정부가 물리는 2.5% 관세를 4년 더 유지하기로 합의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업계는 최소 6400억원 이상의 이득을 고스란히 포기해야만 한다. 지난해 미국 시장에 대한 우리나라 완성차 수출액은 모두 53억8738만달러다. 2.5%의 관세율을 적용하면 지난해 관세 규모는 1억3468만달러에 이른다. 미국에 수출하는 국산 차량 대부분이 배기량 3000㏄ 이하라는 점에 비춰볼 때, 원안대로 관세가 즉시 철폐됐을 경우 이 금액은 국내 업체들의 이득으로 돌아와야 하는 몫이다. 관세 적용 기간 4년을 기준으로 전체 관세금액 5억3874만달러, 우리 돈으로 약 6400억원에 이르는 혜택이 증발되는 것이다. 여기에다 관세 철폐로 차량 가격이 낮아져 판매가 늘어날 수 있다는 점과, 지난해엔 금융위기 여파로 우리나라 자동차의 대미 수출액이 2008년에 견줘 26%나 줄어들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국내 업체의 ‘피해액’은 훨씬 더 늘어난다.
이에 반해 미국 업체들이 물어야 할 추가 부담은 그리 크지 않다. 지난해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수입액은 모두 1억2772만달러로, 4% 관세율을 적용하더라도 4년간 추가 부담액은 240억원에 그친다. 단순 계산만으로도 30배나 차이 나는 셈이다.
■ 절대액보다는 불평등 심화가 더 문제 물론 업계에선 당장 국내 자동차 산업에 미치는 파장이 심각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 애초 알려진 것보다 미국산 자동차의 관세인하율이 작은데다, 무엇보다도 짧은 시간 안에 미국차의 경쟁력이 획기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낮은 탓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도 5일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의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며 일단 환영의 뜻을 밝혔다.
그럼에도 세부적인 내용에서 미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안전·환경기준에 대해선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실제로 이번 합의로 우리나라 업체는 미국의 안전기준에 맞추기 위해 어드밴스트 에어백이나 조수석 에어백 감지장치, 타이어공기압감지장치(TPMS) 등 추가적인 사양을 적용해야 하는 데 반해, 미국 업체는 이런 비용과 수고를 들일 필요가 없다. 환경기준도 대폭 완화돼 미국차는 배출가스 저감장치 설치나 엔진의 세팅 변경 등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한 미국차 업체 관계자는 “한국에 자동차를 들여오려면 당장 깜빡이도 노란색으로 바꿔야 하는 등 작지만 신경쓰이는 점이 적지 않았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기계산업팀장은 “전체적으로는 미국이 개방시기를 최대한 늦추겠다는 목표를 달성한 협상”이라며 “국내 업체가 애초 기대했던 관세인하 효과는 크게 줄어들고 미국 업체에는 한국 수출을 위한 기술개발이나 투자비용이 줄어드는 선물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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