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5월 자동차 차종별 판매량
‘세단 편애’ 여전…포르테·프라이드 해치백, 세단형의 10~20%만 팔려
국내 자동차시장에도 ‘다양한 밥상’이 차려졌지만, 몇몇 차종에 대한 소비자들의 ‘편식’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완성차업체들이 해치백, 다목적차량 등 차종을 다양화하고 있음에도, 세단과 스포츠실용차(SUV)로 양분된 국내 시장의 벽은 견고했다.
이런 현상은 지난 1일 공개된 국내 완성차업체들의 5월 판매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2007년 출시 이후 국내 해치백(뒷좌석과 트렁크가 합쳐진 형태) 모델의 대표주자였던 현대자동차의 아이(i)30은 지난달 152대밖에 팔리지 않았다. 하반기 후속모델 출시를 앞둔 탓도 있지만, 판매성적은 올해 내내 신통치 않았다. 지난달 출시된 엑센트 해치백 모델인 ‘위트’도 세단 모델에 견줘 10%에 불과한 판매량을 기록했을 뿐이다. 포르테와 프라이드 역시 올 들어 5월까지 해치백 모델 판매량은 세단의 10~20%가량밖에 되지 않았다. 한국지엠이 해치백 모델부터 먼저 출시한 아베오는 지난달 233대(세단 131대 제외) 팔리는 데 그쳤다. 틈새시장을 노려 한국지엠이 내놓은 7인승 차량 올란도, 현대차가 ‘신개념’ 차종이라고 선전하는 벨로스터 등도 화려한 마케팅 공세와 달리 판매량은 두 달 새 3000~4000대 수준으로 기대치를 밑돈다.
이와는 달리 세단 차종들은 연일 판매기록을 갈아치우며 기대 이상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현대차의 신형 그랜저는 다달이 1만대 이상씩 팔려나가며 4~5월 연속 월간 베스트셀링카에 올랐다. 그랜저는 1~5월 누적 판매량으로 1위인 아반떼(5만2518대)를 불과 1251대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누적 판매 3위는 기아차의 모닝으로, 올해 들어 5만842대가 팔렸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자동차학과)는 “해치백 등 실용적인 차종 판매량이 적은 건 자동차를 ‘사회적인 지위’로 여기는 국내 분위기탓”이라면서도 “최근 다양한 틈새 차종이 많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에 곧 전통적인 세단 중심의 자동차시장 구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수입차 시장에선 달라진 분위기가 느껴진다. 폴크스바겐의 해치백 모델 골프가 대표적이다. 폴크스바겐코리아는 올해 월 500대 판매량을 목표로 세웠는데, 본사로부터의 물량 공급이 부족해 팔지 못할 정도다. 국내 수입되는 골프 라인업만 1.6 블루모션, 2.0 TDI 등 5종류나 된다.
이런 가운데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하반기에도 세단의 틀을 깬 다양한 차종을 선보일 예정이다. 8~9월께 기아차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박스카 형태의 경차(TAM)를 출시하고, 쏘나타 왜건형과 프라이드 후속(UB)의 해치백 모델 등도 출시를 저울질 중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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