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이후 3년 만에 점유율 5.6%로 껑충
3월 출시 패밀리카 올란도, 상승세 일등공신
도요타·크라이슬러 등 글로벌강자 속속 진입
3월 출시 패밀리카 올란도, 상승세 일등공신
도요타·크라이슬러 등 글로벌강자 속속 진입
‘두근두근’ 여름휴가철이면 새삼 효용가치가 높아지는 차가 있다. 가족들과 애완견, 커다란 여행가방, 오토캠핑 장비까지 싣고도 자리가 넉넉한 미니밴은 최고의 ‘가족여행차’로 손색이 없다. 하지만 미니밴은 그동안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찬밥’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완성차업체들은 이렇다 할 신차를 내놓지 않았고, 시장점유율은 2%대까지 떨어지며 내리막이었다. 그랬던 미니밴 시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의 ‘6월 국내시장 판매동향’을 보면, 지난달 미니밴은 5900대가 팔려 전년보다 1.5배 가까이 판매량이 늘었다. 기아자동차의 ‘카렌스’와 ‘카니발’, 한국지엠(GM)의 ‘올란도’, 쌍용자동차의 ‘로디우스’가 미니밴으로 분류된다. 2~3%대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도 지난달엔 2008년 5월 이후 최고치인 5.6%로 껑충 뛰었다. 올해 1~6월 누계치로 봐도, 전년보다 55% 늘어난 2만3000대가 팔렸다.
상승세를 이끈 일등공신은 지난 3월 출시된 한국지엠의 7인승 패밀리카 ‘올란도’다. 올란도는 지난 3~6월 총 6594대가 팔렸는데, 특히 지난달엔 월 판매량 2000대를 처음으로 넘어섰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주말 가족여행이 많아지고 실용성을 중시하는 분위기 때문에 패밀리 밴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지엠은 기존 2000㏄급 디젤 엔진 모델에 이어, 지난 18일 에코텍 액화석유가스(LPG)i 모델까지 추가로 내놨다. 가솔린 가격의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는 엘피지 연료의 경제성 덕분에, 이번달 계약된 올란도의 30%를 엘피지 모델이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미니밴이라는 ‘틈새시장’을 노린 글로벌 강자들도 속속 국내로 진입하고 있다. 한국토요타는 올 4분기께 미국 미니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7인승 모델인 ‘시에나’를 국내 출시할 계획이다. 일본이 아닌 미국 공장에서 생산된 차를 국내에 처음 들여오는 셈이다. 서울모터쇼 때 국내 첫 선을 보인 시에나는 고급스러운 인테리어와 슬라이딩 도어, 2~3열 좌석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는 편리함 등이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시에나의 미국 판매가격은 2만5060~3만9300달러(약 2700만~4244만원)로, 기아차의 카니발(2600만~3460만원)과 경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크라이슬러코리아는 지난달 고급 패밀리 밴인 ‘뉴 그랜드 보이저’를 5790만원에 출시했다. 3.6ℓ 엔진을 탑재했고, 원터치로 2~3열 시트와 수납공간이 차체 바닥으로 들어가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몇 년째 신차를 내놓지 않았으면서도 카니발과 카렌스, 그랜드 스타렉스로 국내 미니밴 시장을 독식해오다시피 한 현대·기아차는 분위기를 관망중이다. 기아차는 내년께나 카니발 후속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기아차가 모터쇼에서 공개한 미니밴 콘셉트카 ‘케이브이(KV)7’이 언제 양산될지도 관심을 모은다. 미니밴의 실용성과 스포츠실용차(SUV)의 스포티함을 더한 이 차는, 스포츠카에서나 볼 수 있었던 ‘걸윙도어’(차 문이 위로 열리는 방식)를 채택해 눈길을 끈 바 있다.
이승원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연구원은 “미니밴은 고정적인 수요가 있기 때문에 올해 신차 효과가 크게 나타났다”면서도 “대가족이 많지 않고 연비가 낮아 국내 시장 자체가 아주 크게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2000년 연간 30만대까지 팔렸던 ‘미니밴 시대’의 부활을 점치기엔 아직 시기상조란 뜻이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