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 미만’ 판매비중 1위
가격·디자인 강점에 고연비
큐브·미니·골프 등 인기끌어
* 강소차 : 강하고 작은 자동차
가격·디자인 강점에 고연비
큐브·미니·골프 등 인기끌어
* 강소차 : 강하고 작은 자동차
‘수입차는 사장님들이나 타는 크고 비싼 차’라는 고정관념이 깨져가고 있다. 요즘 수입차 시장을 이끄는 최대 고객은 20~30대, 가장 많이 팔리는 차급은 배기량 2000㏄ 미만이다. 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어나면서, 그만큼 수입차시장의 ‘문턱’도 낮아졌다는 뜻이다.
지난 9일 공식출시되기도 전에 사전계약물량 1200대를 넘어선 ‘박스카’ 닛산 큐브가 대표적인 예다. 사전계약자의 70% 이상은 20~30대였다. 가격도 2190만원, 2490만원으로 ‘착하다’. 큐브에 앞서 ‘튀는 차’의 아이콘이 된 선구자는 베엠베(BMW)의 미니(MINI)와 폴크스바겐의 뉴비틀이었다. 미니는 올 1~7월에도 2662대가 팔리며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는 중이다.
작은 수입차들의 인기비결은 단지 독특한 디자인만은 아니다. 폴크스바겐의 골프와 제타는 18~22㎞/ℓ에 이르는 고연비와 실용성을 내세워 ‘작고 강한 차’로 확실히 자리매김한 경우다. 가격도 3000만원대 초반으로, 웬만한 국산 중형차와 엇비슷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출시된 뉴 제타는 여섯달을 기다려야 차를 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인기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서도 확연히 나타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1~7월 국내에서 팔린 수입차 가운데 준중형·중형급인 배기량 2000cc 미만의 비중이 42%(2만5456대)를 차지했다. 2008년 26.1%, 2009년 30.5%, 2010년 32.3%로 꾸준히 비중이 늘어나더니, 지난해 판매비중 1위(40.8%)였던 배기량 2000~3000cc ‘상위체급’을 누르고 올해는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10대 모델 가운데서도 베엠베의 520d와 미니쿠퍼, 벤츠 C200, 아우디 A4, 폴크스바겐 골프 2.0 티디아이(TDI) 등 2000cc 미만 차량이 자그마치 7대나 됐다.
수입차 대중화는 지역별 분류에서도 확인된다. 올해 대부분 지역에서 수입차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두자릿수 이상의 증가율을 보인 데 반해, 서울지역 판매 증가율은 7.9%에 그쳤다.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판매량이 다소 줄어든 탓이다. 뒤집어 말하면, 수입차가 더는 강남 3구만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국에 고루 확산됐다는 의미다.
이런 추세에는 앞으로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국내 수입차시장 1·2위를 다투는 베엠베나 벤츠도 요즘은 부쩍 하위차급 라인업에 신경쓰는 분위기다.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차종들도 줄줄이 등장한다. 혼다는 오는 10월 하이브리드 스포츠카인 시아르-제트(CR-Z)를 출시하고, 국내 완성차업체로는 기아자동차가 프라이드 후속 모델, 모닝의 박스카 형태 모델 등을 내놓을 예정이다. 소형차 라인업에 강한 브랜드도 국내에 발을 들여놓는다. 푸조는 시트로앵 브랜드, 크라이슬러는 피아트 브랜드를 올 하반기나 내년 초 들여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크라이슬러가 내년 4월 부산모터쇼에 처음 선보이겠다고 한 피아트 500은 미니, 뉴비틀과 함께 유럽 3대 소형차로 꼽힌다.
박은석 수입자동차협회 차장은 “최근엔 브랜드마다 주력모델을 2000cc 미만으로 미는 경우가 많다”며 “하반기엔 큐브 출시, 세계경기가 주춤해지는 상황 등으로 인해 2000cc 미만급 수입차 판매가 더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예랑 기자 yrcomm@hani.co.kr
수입차 배기량별 판매 비중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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