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와 국내 협력사들은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크라이슬러 본사에서 기술전시회를 열었다. 현대모비스 전호석 사장(가운데)과 해외사업본부장인 이준형 부사장(맨 왼쪽) 등이 지켜보는 가운데, 크라이슬러 구매본부장인 댄 노트 부사장(맨 오른쪽)이 국내 한 부품업체의 전시부스를 방문해 담당자로부터 관련 기술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현대모비스 제공
최근 9년간 국외 완성차와 계약 누적 30억달러
현대·기아차 편중 여전…전장부품 자립도 낮아
현대·기아차 편중 여전…전장부품 자립도 낮아
현대모비스 ㄱ 차장은 2006년 동료 직원들과 함께 일본 자동차부품업체 덴소의 전시장을 다녀왔다. 이들은 모두 국내 한 전자회사 직원으로 신분을 숨겼다. ㄱ 차장은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숨겨올 때의 심정으로 일본 출장길을 나섰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전시물을 보자마자 깜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보통 전시장엔 기술 유출을 우려해 구식 부품만 놔두기 마련인데, 덴소 전시장엔 막 상용화된 신제품들이 보란듯이 전시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경쟁사들이 전시 부품을 봐도 따라오기 힘들다’고 말하는 덴소의 자신감이 부러웠다”고 회상했다.
■ 잇단 국외 러브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선진 기술을 몰래 배워와야 했던 현대모비스가 최근 1~2년 사이 세계적인 완성차 회사들로부터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현대모비스는 2009년 이후 3년여간 벤츠와 베엠베(BMW), 지엠(GM), 크라이슬러 등 세계적 완성차 회사와 잇달아 부품 공급 계약을 성사시켰다. 현대모비스가 국외 완성차 회사와 공급 계약을 맺은 물량은 2002년부터 누적 30억달러에 이른다.
지난 17일(현지시각)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심장인 디트로이트에 위치한 크라이슬러 ‘테크 센터’에서 현대모비스와 협력사들은 단독 부품 전시회를 가졌다. 부품 전시회는 곧바로 대규모 공급 계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11월에도 일본 도요타가 한국에서 비공개로 주최한 ‘역견본시’ 행사(부품회사에 원하는 부품사양을 알려주는 행사)에 현대모비스의 참여를 특별 요청하는 등 완성차 회사들의 입질은 부쩍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현대모비스의 핵심 납품처인 현대·기아자동차가 국외 시장에서 호평을 받는 데 따른 후광효과에다 세계 부품시장을 주름잡았던 일본 부품회사들이 장기 엔고로 부진한 데 따른 반사효과도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리어 램프를 비롯해 일부 부품이 세계적 반열에 오를 정도로 현대모비스의 기술 경쟁력이 강화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 아직은 걸음마 단계 하지만 여전히 현대모비스는 세계 부품시장에 명함을 내밀기에는 머쓱한 수준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의 덴소나 독일 보슈에 견줄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미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모티브뉴스> 집계를 보면, 2010년 기준 현대모비스의 매출액(A/S 제외)은 보슈(1위·346억달러)와 덴소(2위·329억달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44억달러(10위)이다. 게다가 전체 매출액에서 현대·기아차 비중이 90%가 넘을 정도로 매출 편중이 심하다.
나아가 부품 국산화율이 90% 수준에 이르지만 정작 부가가치가 높은 전장(전기장치) 부품 분야는 기술 자립도가 크게 떨어진다. 전장 부품은 자동차의 스마트화 영향으로 급속히 시장이 커지고 있는데, 대부분 일본·독일 업체들이 독식하고 있다. 이상현 엔에이치(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사소한 오류도 큰 사고로 이어지는 전장 부품 특성상 수많은 테스트와 경험 데이터 축적이 중요하다”며 “업력이 짧은 현대모비스로선 쉽게 따라가기 힘든 분야”라고 말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전체 356명 중 151명을 전기·전자학과 출신자로 뽑는 등 전장 부품 분야 강화에 부쩍 힘을 쏟고 있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보슈의 100년 역사를 한걸음에 따라잡을 수는 없다”며 “2020년까지 핵심 부품에서 선두그룹 업체와의 격차를 줄여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 김진표·최인기·강봉균 떨고 있다
■ ‘오류 통계’로 무역협 “한국 세계 8위” 발표할 뻔
■ 대만계 MBA 스타 린한테 ‘찢어진 눈’
■ 정부, 비판적 전문가는 빼고 4대강 특별점검
■ 한약·기체조도 중국에 사용료 지불?
<한겨레 인기기사>
■ 김진표·최인기·강봉균 떨고 있다
■ ‘오류 통계’로 무역협 “한국 세계 8위” 발표할 뻔
■ 대만계 MBA 스타 린한테 ‘찢어진 눈’
■ 정부, 비판적 전문가는 빼고 4대강 특별점검
■ 한약·기체조도 중국에 사용료 지불?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