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소형 SUV ‘올뉴 이스케이프’
포드 소형 SUV ‘올뉴 이스케이프’
2000년대 들어 일본 브랜드에 점차 밀리더니 2008~2009년 금융위기 때는 파산이란 굴욕까지 겪어야 했던 미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눈에 띄게 변신하고 있다. 크고 우람한 디자인에 힘은 좋지만 연비는 엉망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던 미국 자동차들이 점차 작고 날렵하며 경제성을 갖춘 독일이나 일본식 자동차의 장점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다.
이런 흐름의 대표 주자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포드의 소형 스포츠실용차(SUV) ‘올뉴 이스케이프’를 지난달 19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타봤다. 2008년 2세대 모델 이후 5년 만에 나온 3세대 모델로, 국내에는 7~8월쯤 들어온다. 세계 주요 언론사를 초청해 시승 행사를 할 정도로 포드가 올해 가장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차종이기도 하다.
외관은 눈에 두드러지게 달라졌다. 2세대 이스케이프의 둔탁하고 각진 미국차 고유의 느낌은 사라지고, 한층 날렵하고 유려해졌다. 언뜻 보면 혼다나 도요타의 스포츠실용차로 착각할 정도다. 디자인의 변화는 경제성을 고려한 조처라고도 했다.
몇가지 새로운 편의사양도 눈에 들어온다. 손을 대거나 스마트 키를 작동하지 않아도 트렁크를 열 수 있는 ‘핸즈프리 파워 리프트 게이트’ 기술이 대표적이다. 국내에선 독일 고급 브랜드 베엠베(BMW)가 지난 3월 들어온 3시리즈 모델에서 경험해볼 수 있다. 양손에 무거운 물건을 들고 있을 때 발동작만으로 트렁크를 열 수 있는 덕택에 대형마트 쇼핑 때 제법 유용할 듯싶다.
이 외에도 고급차에서만 볼 수 있던 ‘사각지대 경보 시스템’(블리스)이나 고속으로 굽이진 길을 돌 때 자동으로 속도를 줄여주는 ‘커브 컨트롤’ 등의 안전장치들도 동급 차종 중엔 처음으로 들어갔다. 포드 쪽에선 이런 첨단 전자장치가 들어간 점을 강조해 이스케이프를 ‘스마트(S) 유틸리티(U) 비히클(V)’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주행 성능은 어떨까. 샌프란시스코 도심에서 출발해 유시버클리대 방향 고속도로와 해변도로를 지나는 77㎞의 거리를 달렸다. 도로 위 차량이 많아 고속 주행 성능은 검증해볼 수 없었지만, 운전대 조작에서부터 가속페달과 감속페달 조작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줬다. 바람이 적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소음도 크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역동적인 운전의 맛은 덜했다.
주행 중 ‘에스(S)’자로 굽은 코스가 유독 많았다. 커브 컨트롤과 함께 굽이진 길을 돌 때 4개 바퀴에 각기 다른 힘을 보내는 ‘토크 온 디맨드’시스템을 몸으로 느껴보라는 주최 쪽의 의도로 보인다. 실제로 급회전 구간을 돌 때 여느 스포츠실용차에서 흔히 느껴지는 미끄러짐이나 쏠림은 크지 않아 안정감을 줬다. 공인연비는 국내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2.0엔진 모델은 고속도로 12.7㎞/ℓ, 도심은 9.3㎞/ℓ 수준이다.
안전·편의사양 면에선 최근 출시된 현대차의 신형 싼타페에 이스케이프가 한발 앞서 있지만, 공인연비 기준으로는 다소 밀린다. 국내 판매 가격은 미정이지만, 싼타페와 유사한 2000만원대 후반에서 3000만원대 초반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올 하반기 싼타페로선 호락호락하지 않은 경쟁자를 만나게 되는 셈이다.
샌프란시스코/김경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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