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아반떼 쿠페’
현대 ‘아반떼 쿠페’ 타보니
차 속에선 흡사 바깥 세상도 ‘무풍지대’처럼 여겨졌다.
무심코 창문을 내리자 “크아악~” 비명 지르듯 쏟아져 들어오는 소리에 그제서야 바람이 제법 만만찮은 날이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창밖으로 미친 듯 너울거리는 파도가 눈에 들어왔다.
바람이 거세게 불던 지난 16일 ‘아반떼 쿠페’를 타고 경기도 고양에서 인천 을왕리해수욕장까지 왕복 102㎞를 달려봤다. 풍절음 차단이 잘 되는 아반떼 쿠페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시속 140㎞로 속도를 높였다.
“부아앙~” 소리를 내지르며 달리는 이 차는 기존의 준중형 아반떼 세단의 틀에 중형차에나 쓰던 고성능·고효율 누우 2.0 지디아이(GDi) 엔진을 얹었다. 덕분에 최고 출력 175마력(ps), 최대토크 21.3kg·m의 동력 성능을 갖췄다는 게 현대차 쪽의 설명이다. 준중형급 차체에 ‘쏘나타급’ 엔진을 얹고, 서스펜션 강성을 높인 덕에 시속 140㎞ 정도까진 큰 무리없이 치고 올라갔다.
차는 ‘강풍 주의’ 경고가 붙은 영종대교 위에서도 크게 밀림 없이 나가는 편이었다. 성능 테스트를 위해 잠시 시속 150㎞를 넘어선 뒤에야 차체가 왼쪽으로 살짝 밀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기존 아반떼 세단 틀을 가져다 쓴 탓에 차체가 보통의 스포츠 쿠페보다 높아 속도감을 걱정했지만, 서스펜션 강성을 높인데다 리어스포일러로 뒤를 누르는 방식으로 양력현상(고속으로 달릴 때 차체가 뜨는 현상)을 막아 제법 안정적인 느낌을 줬다.
운전하는 맛에 견줘 스포츠 쿠페로의 외양 변신도 성공적인지는 살짝 의문이었다. “아반떼 디자인 요소를 유지하면서 쿠페형 디자인 요소를 가미했다”는 김상대 현대차 국내마케팅 실장(이사)의 말처럼, 쿠페의 느낌은 말 그대로 맛만 볼 수 있도록 한 듯 보였다. 적을 쏘아보는 날짐승의 치켜뜬 눈처럼 날렵하고 세련되게 뽑아낸 헤드램프나 안개등이 채우고 있는 앞 모습은 제법 역동적 인상을 주지만, 넙대대한 뒤태는 ‘그냥 아반떼’그 자체였다. 휠 크기(17인치 알로이휠)를 키우고, 리어 스포일러, 트윈팁 머플러를 달아 그나마 고성능·고속 주행의 이미지를 구현했다. 새로운 스포츠 쿠페 모델 창출에 역점을 뒀다기보다는 기존 아반떼 고객의 선택의 다양성을 높인다는 측면에 더 포인트를 맞춘 듯했다.
아쉬움을 더는 건 ‘가격’이다. 이 차는 젊을 때는 돈이 없어서, 나이가 들면 젊음이 없어서 탈 수 없다는 ‘스포츠카의 역설’에 군침만 흘렸을 젊은이에게 손짓하는 차 같다. 아반떼 쿠페 가격은 1645만~1995만원대(자동변속기 기준)로, 제네시스 쿠페(2620만~3751만원)보다는 훨씬 많이, 벨로스터(1810만~2030만원대)보다도 꽤 저렴한 가격이다. 기존 아반떼와 비교해 봐도 100만원 정도(스마트 모델 기준)밖에 차이가 안 난다. 연비도 12.4km/ℓ(자동변속기 기준·복합 연비)로 괜찮은 편이다. 스포츠 쿠페는 꼭 한번 타고 싶지만 주머니 사정이 그닥 두둑하지만은 않은 ‘2030 젊은이들’의 엔트리 쿠페로 맞춤한 듯 하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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