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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1.26 14:41 수정 : 2019.11.26 14:45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해 만든 구글의 무인 자율주행자동차. 구글 제공.

[구본권의 사람과디지털]
예측 어려운 사람행동 이해와 대응 위해
MIT 연구진, 운전자별 특징 분류한 결과
기존 자율주행시스템보다 25% 예측 정확도 높여

도요타 프리우스를 개조해 만든 구글의 무인 자율주행자동차. 구글 제공.

도로 위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얌체운전자와 매너운전자.

자율주행 자동차가 인간 운전자를 두 종류로 분류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 가 최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매사추세츠공대(MIT) 컴퓨터공학인공지능연구팀(CSAIL)은 자율주행차들이 운전 성향에 따라 운전자를 이기적 운전자와 이타적 운전자로 분류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실제 도로에 투입하는 운행하는 과제에서 특히 어려운 상황은 자율주행차 전용도로나 차선 없는 일반 도로에서의 주행 상황이다. 도로 상태와 날씨, 조명 등 자율주행 상황의 여러 변수 중에서도 가장 예측이 어려운 변수는 도로위 다른 운전자들의 비일관적 행동이다.

MIT 연구진의 작업은 동일한 상황에서 사람마다 다른 행동을 선택하는, 예측이 어려운 인간행동 특성을 기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한 과정이다. MIT 연구진은 자율주행차가 사람들과 함께 운전하는 상황에서 자율주행차량을 훨씬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MIT 연구진의 윌코 슈워팅은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지난 21일 이런 연구를 다룬 논문 “자율주행차를 위한 사회적 행동(Social behavior for autonomous vehicles)”을 게재했다. 논문 대표저자 슈워팅은 운전자 특성에 따라 반응을 추론할 수 있도록 자율주행 알고리즘을 만들면 자율주행차량과 인간 운전차량이 도로를 함께 주행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인간 행동이 대부분 의도와 습관에 따른 반응인 만큼, 모든 운전자가 특정상황에서 동일하게 반응하거나 랜덤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보는 대신 운전자별 운전성향에 따른 반응을 할 것이라고 보면 그에 대한 예측과 대응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비보호 좌회전을 하는 상황에서 '이기적 운전자'(위)는 좌회전 차량에 대한 고려 없이 직진해 위험한 상황을 연출했지만, '이타적 운전자'는 신호를 보낸 좌회전 차량이 좌회전할 수 있도록 기다렸다. 출처: PNAS

연구는 인공지능에게 사회심리학에서 활용되는 ‘사회적 가치 지향(Social Value Orientation)’이라는 측정지표를 이용했다. 사람이 특정상황에서 얼마나 이기적-이타적(협력적) 행동을 하는지를 수량화하는 수단이다. 이는 도로에서 신호 준수 여부, 차간 안전거리 유지, 좌회전 차량 배려 여부 등의 운전태도와 습관에도 응용해 지표화할 수 있다. 연구진은 2개 차선이 1개로 합쳐지는 상황과 비보호 좌회전 상황을 시뮬레이션하고 운전자들의 반응을 예측했는데, 운전자속성 분류 모델을 적용한 결과 현행 자율주행 시스템보다 25% 높은 예측력을 얻었다. 시뮬레이션 결과 자율주행 시스템은 비보호 좌회전을 기다리면서 마주 오는 차선의 ‘이기적 운전자’는 보냈고 ‘이타적 운전자’ 앞에서는 좌회전을 하도록 학습했다.

자율주행차(빨간색)이 비보호 좌회전을 위해서는 맞은편 차선의 운전자 운전 성향을 파악한 뒤 대응할 때 안전도와 효율이 높아진다. 인공지능은 '이기적 운전자'로 분류한 파란색 차량은 보냈고 '이타적 운전자'인 보라색 차량 앞에서 좌회전을 시도하는 것을 학습했다. 출처: PNAS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을 좀더 인간과 유사한 방식으로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법의 하나는 이처럼 인간의 행동에 대한 예측력을 높여 이를 기반으로 상호작용 하는 길이다. 이러한 기능은 자율주행자동차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폭넓게 활용될 수 있는 길을 열 수 있는 도구다. 인공지능 로봇가 함께 일해야 하는 상황에서 사람의 성향이나 특징이 보여주는 사회적 신호에 따라 특정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다면 사람과의 협업 효율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인간은 사물을 보이는 대로 수용하지 않고 추상화, 개념화를 통해 분류한 뒤 이해하고 인식하는 게 인지적 특성의 하나다. 자율주행이 좀더 안전하게 도로를 주행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라, 사람처럼 동료 운전자를 특징별로 개념화하고 분류하는 작업을 시작했다는 것이 의미깊은 이유다.

구본권 선임기자 starry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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