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20.01.09 15:54
수정 : 2020.01.0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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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원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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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신재원 현대차 전략기술본부 부사장
미 항공우주국 항공연구총괄본부장 등 역임
도심항공모빌리티(UAM)사업부 총괄책임 맡아
개인용 비행체 등 미래 도심항공사업 주도
“디지털 혁명으로 산업 간 경계 허물어져
항공기·자동차 공유하는 큰 시장 생길 것”
“2040년 시장 규모 1조5천억달러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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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원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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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는 수영 레인을 벗어나면 반칙인 것처럼 자신의 라인을 유지해왔지만, 산업 간 경제가 무너지는 21세기는 빅데이터를 잘 써서 다른 산업과의 융화로 어떻게 새로운 기술을 만들어내느냐가 큰 주제입니다.”
최근 국내 산업계에 주목할 만한 것을 하나 꼽으라면 자동차를 주력으로 삼았던 현대차그룹의 ‘하늘길’ 도전이다. 현대차그룹에 영입돼 전략기술본부 산하에 신설된 도심항공모빌리티(UAM)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신재원 부사장은 ‘아이티(IT)·가전전시회(CES)’가 열리고 있는 지난 7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기자들과 만나 도심항공사업 진출의 배경과 전망을 자세히 설명했다. 신 부사장은 “현대차가 그동안 완성차 만드는데 집중했고 몇십년 동안 성공적인 자리를 구축해왔는데, 디지털 혁명이 모든 산업의 기본이 되면서 자동차 회사는 자동차만 만들고 비행기 회사는 비행기만 만든다는 개념이 흐려지고 있다. 제조업뿐만 아니라 구글이 웨이모로 자율주행하는 것처럼 아이시티(ICT)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번 시이에스에서 현대차는 전통적인 자동차 전시 없이 우버와 협력해 만든 ‘개인용 비행체’(PAV)를 선보였다. ‘하늘을 나는 자동차’인 셈인데, 외형은 헬리콥터나 기존 비행체와 많이 다르다. 신 부사장은 “헬기의 장점은 활주로 없이 수직이착륙 가능하다는 것이나 대부분 선진국 대도시 안에선 운항할 수 없다. 소음이 심해서다. 우리가 개발중인 비행체는 전동화로 여러 개 로터를 쓰기 때문에 수직이착륙의 장점을 살리고 단점인 소음을 줄일 수 있어 도심 내 운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사업성은 있을까. 신 부사장은 “승산이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도심항공모빌리티 분야에서 비행체를 아무리 설계를 잘하고 디자인을 잘해도 양산체제에 이르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현재 상용화되는 항공사에서 운항하는 비행기는 2만5천대 수준이다. 보잉에서도 가장 많이 수입을 거두고 있는 737을 한 달에 60대 정도밖에 못 만든다”고 했다. 완성차 업체와 달리 항공기 업체들은 대량 생산체제 접목이 어렵다는 뜻이다. 신 부사장은 “도심항공모빌리티가 실제로 상용화하면 (서울 같은 대도시에서) 하루에도 수백번 운행을 해야 하는 시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볼륨(규모)이 많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는 자동차와 항공기 회사와의 경계가 없어지는 현상이 기술적으로 많이 일어나고 있다. 전동화와 빅데이터를 활용해 내비게이션이나 상황 인지하는 기술 같은 것들은 항공기와 자동차가 같이 공유하는 기술”이라고 말했다. 그는 “도심항공모빌리티 분야는 항공기와 자동차가 같이 추구하고 공유할 수 있는 종합 시장이라고 보면 된다. 자율주행과 전동화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도 승산이 있다. 매우 커질 시장이기 때문에 여러 업계에서 접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반인은 언제쯤 이 비행체를 탈 수 있을까? 신 부사장은 “현재로선 상용화 시점을 예측하는 것이 어렵지만, 2029~30년 정도되면 규제도 새로 만들어지고 기체 성능도 많이 좋아질 것이며 일반 대중들의 수용도도 많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에어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인 우버는 오는 2023년 시범 운영을 앞두고 있다. 신 부사장은 “우버는 매우 제한된 도시의 일정 지점에서 공항까지 이동하는 정도로 테스트하는 수준일 것으로 예상되는데, 2035년에 이르면 자동화 기술 발전과 제도 마련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심 항공 모빌리티’는 교통 체증에 시달리는 세계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개인용 비행체가 미래 사회에 각광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목받고 있는 새로운 개념의 운송수단이다. 업계에선 오는 2040년까지 이 시장이 1조5천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보잉과 에어버스, 아우디 등 항공기와 자동차 제작사뿐만 아니라 구글과 우버, 디에이치엘(DHL) 등도 개발에 뛰어들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이 분야를 총괄할 책임자로 신 부사장을 나사에서 영입했다. 1982년 연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캘리포니아 주립대와 버지니아 공대를 거쳐 1989년 나사 글렌리서치센터에 입사한 신 부사장은 미래항공연구와 안전 부문 전문가로 평가된다. 2008년 동양인으로선 처음으로 미 항공우주국 최고위직인 항공연구총괄본부 본부장으로 승진해 항공우주국의 모든 항공연구와 기술개발을 관리하는 위치에 올랐다.
라스베이거스/홍대선 선임기자
hongds@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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