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자사 인앱결제 정책에 반발한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중단하며 길들이기에 나선 모양새다. 앱마켓에서 독점적 지위를 가진 구글이 자사 정책을 따르지 않는 입점 사업자를 제재하면서 이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업계 설명을 종합하면, 구글은 지난달 30일 카카오가 제출한 카카오톡 최신 버전(v9.8.5) 승인을 거부했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은 구글플레이에서 오픈채팅방 보이스룸(음성 채팅) 생성 기능 등이 추가된 새 버전의 카카오톡을 내려받을 수 없는 상태다. 업데이트 안내조차 받지 못하고 있다.
구글의 조처는 카카오가 자사 인앱결제 정책에 반기를 들어서라는 풀이가 나온다. 인앱결제란 구글의 내부 결제 시스템에서 유료 앱·콘텐츠를 구매하는 것으로, 구글이 떼는 수수료는 결제금액의 최대 30%에 이른다. 구글은 6월1일부터 인앱결제를 사용하지 않는 앱을 구글플레이에서 퇴출하겠다고 경고했다. 이에 카카오톡은 유료 구독 서비스인 ‘이모티콘 플러스’에 인앱결제(5700원)를 적용하면서 웹 결제로 이어지는 아웃링크(3900원)를 이용하면 더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고 안내했다. 그러자 구글은 아웃링크를 유도하는 앱들도 삭제 대상이라며, 정책 시행 한 달 만에 카카오톡 업데이트를 막았다.
구글이 인앱결제 강제 정책을 따르지 않은 카카오톡의 앱 심사를 거부한 가운데, 카카오가 다음에서 새 버전 파일을 다운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다. 다음 누리집 갈무리
카카오는 포털사이트 ‘다음’에서 앱 설치파일(APK)을 제공하는 방법으로 대응 중이다. 다음에서 ‘카카오톡 다운로드’를 검색하면 링크와 “최신 버전을 설치할 경우 ‘경로를 알 수 없는 앱’이라는 문구가 뜰 수 있지만 무시하고 다운로드 해도 된다”는 문구가 나온다. 카카오 관계자는 “구글의 결제 정책을 따르지 않아 최신 버전 심사를 거절당했다”며 “현재 구글플레이가 아닌 곳에서 업데이트 방법을 알리는 게 이용자 불편을 줄이는 최소한의 대책”이라고 말했다.
이용자들의 불편은 늘어날 전망이다. 지금도 카카오톡 최신 버전을 이용하려면 다음을 통해 내려받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향후 업데이트가 이뤄져도 구글플레이에서 내려받지 못해 새 기능을 쓰지 못하거나 다음에서 내려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일 수 있다.
앱마켓 사업자 실태 점검 중인 방송통신위원회가 구글 조처에 제동을 걸지 주목된다. 방통위는 지난 4월 구글이 특정한 결제방식을 부당하게 강제하고 있다는 대한출판문화협회 신고를 접수한 뒤 앱마켓 사업자들의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여부에 대해 실태 점검에 나섰다. 방통위는 우선 구글의 카카오톡 심사 거부가 아웃링크 때문인지 조사할 계획이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