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금융 대세·체크카드 급성장·현금서비스 수요 감소 등
삼성·현대·롯데카드, 계열사 활용 마케팅 ‘자구책’
삼성·현대·롯데카드, 계열사 활용 마케팅 ‘자구책’
“은행을 끼고 있지 않은 카드사는 카드사가 점점 살아남기 힘들게 됐다.”(한 전업계 카드사 간부)
삼성카드나 현대카드, 롯데카드처럼 은행 계열사가 아닌 이른바 ‘전업계’ 카드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고 있는 대형 금융회사들은 은행과 증권, 보험, 신용카드 등을 묶은 통합 금융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이들 전업계 카드사들은 변해가는 금융환경에 대응할 뾰족한 수단이 없다. 전업계 카드사의 선두 주자인 엘지카드 매각이 가시화되면서, 카드산업의 주도권이 이참에 은행 쪽으로 완전히 넘어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신용카드 시장의 환경이나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 변화도 전업계 카드사에게 불리하게 돌아간다. 최근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체크카드가 대표적이다. 전업계 카드사들은 자체 계좌가 없어 체크카드를 운영하려면 은행에 수수료를 내고 계좌를 터야 한다. 은행들의 견제로 계좌를 트는 것도 쉽지 않고, 수수료율이 높은 현금서비스와 할부결제 기능이 없기 때문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 수도 없다. 반면, 은행계 카드사들은 미래 고객확보 차원에서 체크카드의 주고객인 젊은층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인 현금서비스 수요도 크게 줄고 있다. 카드 이용액 가운데 현금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00년 64.6%를 정점으로 꾸준히 하락해 올해 1분기에는 25.7%까지 떨어졌다. 수수료 인하나 경품 이벤트 등 다양한 마케팅도 별 성과가 없다. 현금서비스를 받기 위해 사용하는 현금인출기(CD기) 사용료도 전업계 카드사에겐 불리하다. 전업계 카드를 사용해 현금서비스를 받으면 1회에 1300원의 수수료를 내야하지만, 은행계 신용카드는 300원만 내면 된다.
현행 마그네틱 카드를 아이씨(IC)칩 카드로 교체하는 작업도 전업계 카드사에겐 부담스럽다. 아이씨칩 카드는 카드 한장에 수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고 보안성도 뛰어나지만, 칩 하나에 5천~6천원의 비용이 들어간다. 전업계 카드사들은 “은행들이야 칩 하나에 여러 정보를 담어 다양한 서비스를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당장 쓸모가 없는데 정부가 너무 서두른다”고 입을 모은다. 일선 가맹점에 칩 카드용 결제기가 없어 당장 쓸모가 없고, 반면 고객들은 카드 한장으로 여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은행계로 옮길 가능성이 크다는 불만이다. 최근엔 행정자치부가 행정정보공동이용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하면서 고객들의 행정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대상으로 은행, 보험사, 증권회사만으로 한정해 카드사들의 불만에 기름을 부었다. 은행계 카드사들이야 은행을 통해 정보를 활용할 수 있지만, 전업계 카드사들은 접근 방법이 없다.
코너에 몰린 전업계 카드사들은 최근 자신이 속한 계열사를 적극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지만, 그 효과는 미지수다. 롯데카드는 최근 백화점, 할인점, 놀이시설 등 모든 계열사의 포인트를 통합해 운영하기로 했고, 현대카드도 자동차마케팅을 더 강화할 계획이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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