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운관 텔레비젼 세계시장 수요
세계시장 80%…국내서도 절반 점유
마의 30㎝ 벽 깨뜨리며 더 얇게 진화 엘시디와 피디피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평판 텔레비전의 기세에 눌려 빠르게 자취를 감출 것 같았던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28일 디스플레이서치 등의 자료 등을 종합하면, 전체 텔레비전 시장에서 브라운관 텔레비전 비중은 아직 절대적이다. 해마다 규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팔려나간 텔레비전 1억8천만대 가운데 1억5천만대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이다.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팔려나간 텔레비전도 절반 이상이 브라운관이었다. 황혼기에 접어든 한물간 제품으로 인식되던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장수를 누리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는 브라운관이 지닌 생명력의 원천을 가격 경쟁력과 함께 엘시디·피디피 등 평판 텔레비전에 뒤지지 않는 화질에서 찾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김대성 과장은 “텔레비전 수요가 디지털 시장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추세지만, 브라운관 텔레비전 가격이 월등하게 싼 데다 30인치대 이하에선 오히려 화질이 좋아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대목은 ‘슬림화’ 행진이다. 비록 벽걸이형 텔레비전의 날씬함에는 못미치더라도 브라운관의 맹점이던 뚱뚱한 몸집을 확 줄인 홀쭉한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아직도 안방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두달 전 디스플레이 선두 업체인 삼성에스디아이와 엘지필립스디스플레이는 21인치 브라운관에 있어 ‘마의 벽’으로 여겨져오던 두께 30㎝ 벽을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삼성에스디아이의 변창련 브라운관 기술개발팀장은 “브라운관의 강력한 진화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엘지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의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양산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슬림 기술의 진전 덕분이다. ‘울트라 슬림’이란 이름이 붙혀진 이 제품은 브라운관 두께를 합쳐 33㎝다. 일반 브라운관 제품에 견줘서는 절반 가까이 얇아진 두께다. 1년 남짓한 기간이 걸렸지만 개발에 들인 비용은 1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두께를 줄이는 일은 아직도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100년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엘지필립스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의 브라운관 연구소를 중심으로 더 값싸고 향상된 품질의 후속 브라운관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빅슬림’ 브라운관의 생산거점을 올해 초 헝가리에 이어 연말까지 동남아와 남미 등 모두 6곳으로 늘리기로 한 삼성에스디아이는 올해 28인치, 내년에는 32인치 브라운관도 30㎝ 벽을 깨뜨릴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브라운관 기술 경쟁을 멈추지 않는 것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제외하면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의 브릭스 지역과 동남아 국가에서 브라운관 텔레비전은 아직 주류에 속한다. 전반적으로 평판 텔레비전의 확대로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세계 수요는 앞으로 여러해 동안 아시아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해 1억대 시장을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브라운관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손정일 엘지필립스디스플레이 사장은 “차세대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브라운관 시장의 잠재력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마의 30㎝ 벽 깨뜨리며 더 얇게 진화 엘시디와 피디피 텔레비전으로 대표되는 평판 텔레비전의 기세에 눌려 빠르게 자취를 감출 것 같았던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끈질긴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28일 디스플레이서치 등의 자료 등을 종합하면, 전체 텔레비전 시장에서 브라운관 텔레비전 비중은 아직 절대적이다. 해마다 규모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지만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팔려나간 텔레비전 1억8천만대 가운데 1억5천만대는 브라운관 텔레비전이다. 올 상반기 국내 시장에서 팔려나간 텔레비전도 절반 이상이 브라운관이었다. 황혼기에 접어든 한물간 제품으로 인식되던 브라운관 텔레비전이 장수를 누리고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업계는 브라운관이 지닌 생명력의 원천을 가격 경쟁력과 함께 엘시디·피디피 등 평판 텔레비전에 뒤지지 않는 화질에서 찾고 있다. 한국전자산업진흥회의 김대성 과장은 “텔레비전 수요가 디지털 시장으로 대체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추세지만, 브라운관 텔레비전 가격이 월등하게 싼 데다 30인치대 이하에선 오히려 화질이 좋아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대목은 ‘슬림화’ 행진이다. 비록 벽걸이형 텔레비전의 날씬함에는 못미치더라도 브라운관의 맹점이던 뚱뚱한 몸집을 확 줄인 홀쭉한 제품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아직도 안방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다. 두달 전 디스플레이 선두 업체인 삼성에스디아이와 엘지필립스디스플레이는 21인치 브라운관에 있어 ‘마의 벽’으로 여겨져오던 두께 30㎝ 벽을 깨뜨리는 데 성공했다. 삼성에스디아이의 변창련 브라운관 기술개발팀장은 “브라운관의 강력한 진화력을 보여준 사례”라고 말했다. 지난 21일 엘지전자가 세계에서 가장 얇은 두께의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양산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슬림 기술의 진전 덕분이다. ‘울트라 슬림’이란 이름이 붙혀진 이 제품은 브라운관 두께를 합쳐 33㎝다. 일반 브라운관 제품에 견줘서는 절반 가까이 얇아진 두께다. 1년 남짓한 기간이 걸렸지만 개발에 들인 비용은 1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두께를 줄이는 일은 아직도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지만 끊임없는 기술 혁신을 통해 100년의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엘지필립스디스플레이는 경북 구미의 브라운관 연구소를 중심으로 더 값싸고 향상된 품질의 후속 브라운관 모델을 준비하고 있다. ‘빅슬림’ 브라운관의 생산거점을 올해 초 헝가리에 이어 연말까지 동남아와 남미 등 모두 6곳으로 늘리기로 한 삼성에스디아이는 올해 28인치, 내년에는 32인치 브라운관도 30㎝ 벽을 깨뜨릴 계획이다.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브라운관 기술 경쟁을 멈추지 않는 것은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한 수요가 만만찮기 때문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을 제외하면 브라질과 러시아, 인도, 중국의 브릭스 지역과 동남아 국가에서 브라운관 텔레비전은 아직 주류에 속한다. 전반적으로 평판 텔레비전의 확대로 브라운관 텔레비전의 위축은 불가피한 상황에 놓여있지만 세계 수요는 앞으로 여러해 동안 아시아와 남미 등 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한해 1억대 시장을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브라운관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지속되고 있는 이유다. 손정일 엘지필립스디스플레이 사장은 “차세대 제품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브라운관 시장의 잠재력을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대선 기자 hongds@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