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 소액결제 피해 신고건수 추이
소액결제 피해 급증 불구 이의제기 힘들어…유료여부·약관 확인을
사례 1 회사원 김아무개(40)씨는 최근 초등학교 6학년 아들의 휴대전화 요금이 10만원 넘게 나와 깜짝 놀랐다. 소액결제로 8만원을 썼다고 청구서에 돼 있었다. 아들에게 물으니 “대출을 받았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8만원을 청구해서 선이자로 50%를 뗀 4만원을 계좌로 입금받았다고 했다. 미성년자이지만 부모 명의로 가입되 있어 별도 확인절차 없이 대출이 됐다고 한다.
사례 2 대학 4학년인 이아무개(21·여)씨는 불쑥 날아온 휴대전화 메시지에서 백화점 상품권을 준다기에 퀴즈를 풀었더니 5만100원이 청구됐다. 데이타 통신료가 정액제여서 추가요금이 없을 줄 알았다. 알아보니 한 문제당 300원이라고 했다. 항의 끝에 환불받기로 했다.
휴대전화를 통한 소액결제 피해가 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휴대전화 소액결제 피해신고 건수는 2003년 59건에서 지난해 1269건으로 늘어났다. 포털에 개설된 ‘휴대폰 소액결제 피해자 모임’(cafe.daum.net/soeaek)에는 14일 현재 1만1천여건의 피해 접수글이 올라와 있다.
피해 신고는 눈덩이처럼 쌓이는 반면에 해결 사례는 찾기 힘들다. 소액결제를 요구하는 콘텐츠 제공업체(CP)들은 ‘합법적 요건’은 갖춰 접근한다. 아무 생각 없이 이용자가 약관에 동의를 하거나, 휴대전화 인증키를 입력하면 바로 걸려든다. 유료결제 여부와 자동 결제연장 약관 등을 꼼꼼히 읽지 않으면 피해를 막기 어렵다. 명백히 명의도용이 입증돼야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소비자원 분쟁조정2국의 최은실 팀장은 “일단 인증번호를 입력하라는 메시지가 뜨면 약관을 꼼꼼히 읽어보고 유·무료 서비스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피해 확산에는 이동통신사들의 ‘불친절한’ 청구서도 한몫을 한다. 청구서만 보면 이용자가 언제 어떤 콘텐츠를 얼마를 내고 구입했는지 알 길이 없다. 이통사들은 청구서에 결제대행 사업자의 이름과 총액만을 적어놓고 세부적인 결제내역은 밝히지 않는다. 휴대전화를 통한 소액결제는 요금을 선지급하는 일종의 신용카드 기능을 한다. 김광숙(24)씨는 “결제 내역을 알려면 이통사의 상담원을 통해 물어봐야 하는데 그 절차가 복잡하다”며 “청구서에 소액결제 내역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보통신위원회 이용자보호팀의 송인호 사무관도 “이용자가 결제 내용을 최대한 알 수 있도록 이통사 청구서에 결제내역을 상세하게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구서에 구체적인 결제항목이 나오면 소비자가 바로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통사들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케이티에프(KTF) 오영호 홍보팀장은 “보통 결제 내용이 한 사람당 10건이 넘고 콘텐츠 제공업체들만 2만곳 이상인 상황에서 소액결제 내용을 일일이 청구서에 표기를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다만 이용자가 피해를 봤을 때 연락을 주면 곧바로 그 내역을 통보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국회에는 지난 4월 휴대폰 결제를 통한 대출 거래를 불법화하고 세부이용 내역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출되었지만 계류 중인 상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국회에는 지난 4월 휴대폰 결제를 통한 대출 거래를 불법화하고 세부이용 내역을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제출되었지만 계류 중인 상태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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