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료 엉뚱한 계좌서 빼내

KT·KTF, 가입자-예금주 확인않아 피해 속출

일부 통신업체들이 고객의 요청으로 요금을 은행 계좌에서 빼오면서 자동이체 계좌번호가 가입자 본인 것인지를 확인하지 않아, 엉뚱한 사람의 계좌에서 단말기 할부금과 요금을 빼오는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31일 서울기독교청년회 시민중계실과 모바일사용자연합에 따르면, 케이티(KT)와 케이티에프(KTF)는 개인휴대전화 가입 신청을 받을 때 자동이체 계좌번호가 가입자 본인 것인지, 가입자와 예금주가 다를 경우 어떤 관계인지를 확인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케이티 개인휴대전화의 경우, 서비스에 가입하지도 않은 사람의 계좌에서 단말기 할부금과 요금이 빠져나가는 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박아무개(28)씨는 지난 2월 통장을 확인하다, 가입하지도 않은 케이티-피시에스 단말기 할부금과 요금이 3개월에 걸쳐 30여만원이나 빠져나간 것을 알았다. 케이티 쪽에 문의하자 “전산오류인 것 같은데 확인해 보겠다”고 했다. 단말기 할부금과 요금은 3월에도 빠져나갔다.

자동이체 계좌번호가 가입자 본인 게 맞는지를 확인하지 않다 보니, 직원 실수로 계좌번호가 잘못 입력돼 요금이 자동이체되지 못하는 사례도 일어나고 있다. 이 경우 가입자는 꼼짝없이 신용불량자로 몰릴 수밖에 없다. 실제로 조아무개(29)씨는 지난해 말 케이티-피시에스에 가입하면서 자동이체를 신청했으나, 올 초 갑자기 요금 독촉장을 받았다. 케이티 쪽에 확인한 결과, 직원의 실수로 계좌번호 가운데 하나가 잘못 입력돼 요금이 인출되지 않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시민중계실 김희경 간사는 “이미 피해사례가 열건 이상 접수됐다”며 “피해사례를 더 모아 통신위원회에 신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정보통신전문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