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제 운영하며 수요 일정
안정적 공급에 가격 경쟁력
안정적 공급에 가격 경쟁력
시중의 채소값 폭등에도 불구하고, 한살림과 아이쿱 등 생활협동조합의 김장 채소값 인상 폭은 지난해에 견줘 한자릿수에 그치고 있다. 생협이 소비자 회원제를 기반으로 일정한 수요와 물량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가격 구조를 구축해 놓은 덕분이다.
23만명의 회원을 둔 ‘한살림’은 배추, 무, 대파 등 김장용 채소를 평균 7% 올린 값으로 공급한다고 1일 밝혔다. 배추 1포기는 지난해(1600원)보다 10% 오른 1770원에, 무(1개 1020원)와 쪽파(1㎏ 2700원)는 각각 9%, 4% 오른 값이다. 마늘은 지난 6월 3㎏에 3만원으로 공급해 보름 만에 물량을 모두 팔았다. 김현경 한살림 조직홍보부 과장은 “농가의 인건비 상승분 등을 반영해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7% 오른 값으로 공급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올해 김장철에 공급할 채소 21만포기의 신청을 마감한 한살림은 오는 4일부터 추가로 4만 포기 신청을 받는다.
다른 생협도 비슷하다. 오는 5일부터 김장용 채소 신청을 받는 ‘아이쿱’은 김장용 채소 공급값이 평균 6~10%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아이쿱은 폭등·폭락에 대비해 조합비로 마련한 ‘가격안정 자금’을 투입해, 지난해와 같은 값으로 공급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공급 값을 기준으로 상승분을 반영해도 배추 1포기는 최대 1500원대, 대파 1㎏도 최대 2000원대일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여성민우회생협도 지난해보다 소폭 올린 값으로 김장용 채소 공급을 신청받고 있다.
생협의 채소값은 일반 소매시장의 시세와 견주면 훨씬 저렴하지만, 유기농으로 재배한 제품이 대부분을 차지해 폭등 전 채소값보다는 비싼 게 사실이다. 중국산 배추 등이 공급돼 시장이 안정되면 상대적으로 높았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생협 조합원들은 요즘처럼 물가가 치솟는 상황에서 생협은 소비자와 공급자가 상생하는 토양이 된다고 말한다. 주영달 한국여성민우회생협 채소팀 대리는 “최근 경기 팔당의 적상추 공급 농가가 채소값 폭등으로 농협 조합에 납품하면 4만원까지 받을 수 있던 적상추를 물량을 채워줘야 한다며 1만원을 받고 우리 생협에 납품했다”고 말했다. 일정한 수요와 공급을 확보하면서 쌓인 생협 안의 신뢰가 빛을 발했다는 것이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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